신라시대 철갑기병, 3800장 미늘 엮은 갑옷·투구로 중무장

도재기 기자 2024. 3. 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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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화재연구소, 쪽샘지구 ‘C10호 고분’ 출토 갑옷·투구 연구보고서 펴내
가죽끈으로 엮고 무게는 33㎏···“고구려 고분벽화 중무장 기병과 유사”
전체 모습 복원 예정···‘41호 고분’ 등 발굴조사 보고서 2종도 발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국내 처음으로 신라시대의 갑옷 한 벌을 조사연구하고 백제·가야·고구려 관련 유물 분석도 수록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 ⅩⅤ-C10호 목곽묘 출토 찰갑 조사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사진은 C10호 고분에서 갑옷이 발견된 당시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1500여년 전 신라시대 철갑기병인 개마무사는 3800장의 소찰(미늘·비늘 모양의 작은 쇳조각)을 엮은 찰갑(갑옷)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머리부터 발목까지 갑옷으로 보호한 뒤, 쇠로 만든 투구를 쓰고 손에 무기를 들어 중무장한 것이다.

개마무사가 타는 말도 740장의 소찰로 몸통 전체를 덮은 말 갑옷(마갑)을 입히고 말 투구(마주)를 씌웠다. 개마무사가 입은 찰갑의 무게는 약 33㎏, 마갑은 약 36㎏로 추정된다. 찰갑을 이루는 각 소찰들은 가죽끈으로 서로 상하좌우를 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마무사의 전체 모습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중무장기병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8일 경주 쪽샘지구 고분 유적 발굴조사보고서 3종을 발간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 ⅩⅤ-C10호 목곽묘 출토 찰갑 조사연구 보고서’(전 2권)와 함께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 ⅩⅣ-41호 적석목곽묘 발굴조사 보고서’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 ⅩⅥ-K6·8·16·252·253호 공동발굴조사 보고서’를 28일 각각 발간했다.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 ⅩⅤ-C10호 목곽묘 출토 찰갑 조사연구 보고서’는 지난 2009년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찰갑의 조사·연구, 보존처리 성과를 집대성했다. 발굴 당시 C10호 목곽묘(널무덤)에서는 국내 최초로 온전한 형태의 찰갑과 마갑이 각각 한 벌씩 출토됐다.

어깨 부위 갑옷의 소찰들(위)과 종아리 부위 갑옷 유물들의 실물과 도면, 엑스레이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그동안 찰갑·마갑의 일부는 많이 출토됐지만 완전한 형태가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신라는 물론 삼국시대 갑옷·마갑 연구에 획기적인 유물로 학계와 대중적 주목을 받았다. 2013년에는 일부를 재현한 기병·말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3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일부 출토 유물을 바탕으로 재현한 갑옷 모습(위)과 말 갑옷.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C10호 출토 찰갑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갑옷과 투구는 일정한 크기의 소찰을 엮어 만들었다. 출토된 소찰은 3771장이지만 신라시대 제작 당시엔 모두 3800여 장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찰갑은 머리부터 목을 보호하는 경갑을 비롯해 몸통, 어깨, 팔, 다리 등 부위별로 구성됐다. 각 부위 마다 소찰들의 모양이나 길이·너비 등 크기는 다양하지만 그 두께는 0.1㎝ 안팎인 것으로 드러났다.

갑옷 제작은 가죽끈을 이용해 각 소찰들을 하나씩 좌우상하로 서로 연결했다. 각 소찰에는 연결을 위한 작은 구멍들이 곳곳에 뚫려 있으며, 일부 유물에는 가죽끈으로 추정되는 물질과 가죽끈으로 엮은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특히 소찰들은 같은 모양과 크기, 동일한 자리에 구멍이 있는 경우가 있어 당시 대량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소찰 내부의 미세조직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인위적 처리 과정을 알아낸다면 대량생산을 검증할 수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위별 갑옷의 형태는 쌍영총, 삼실총, 안악3호분, 통구 12호분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중무장기병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됐다. 어깨에서 팔뚝까지의 부위나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부위 등이 대표적이다.

고구려 벽화고분인 쌍영총 내부에 그려진 고구려 철갑기병의 갑옷 일부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다만 고구려 벽화에는 허벅지 부위와 종아리 부위가 하나로 연결된 모습이지만 신라 찰갑은 연결 흔적이 없어 따로 착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주문화재연구소 최장미 학예관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확인되는 형태와 유사한 형태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하지만 무리한 복원 시도는 오류를 낳을 수있어 앞으로 심화 연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C10호 출토 찰갑 만이 아니라 삼국시대 사람과 말의 갑옷·투구 전반에 관한 내용도 실렸다. 그동안 가장 많은 갑옷·투구 유물이 나온 가야 권역은 물론 백제, 고구려의 관련 유물 현황을 바탕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 글까지 수록한 것이다. 삼국시대 다른 유물들에 비해 그 연구성과가 적은 편인 갑옷·투구 관련 유물의 상호비교와 연구·활용의 귀중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황인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이번 보고서는 발굴 이후 14년간 진행된 연구성과를 모았다”며 “국내 최초로 찰갑을 각 부위별로 정리하고 각 소찰의 도면과 사진, 중요 엑스레이 등 찰갑 한 벌 전량에 대한 관련 정보를 모두 수록했다”고 밝혔다. 황 소장은 “이번 연구성과는 향후 신라를 비롯한 삼국시대 갑옷 관련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며 “향후 찰갑 연구를 더 심화해 구조와 특징 등 그 전모를 명확히 밝히고 복원·재현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라시대 왕족, 귀족들의 무덤 유적지인 경주 쪽샘지구의 C10호 고분에서는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중무장 기병이 입은 찰갑과 말에게 입힌 마갑 각 한 벌씩이 출토됐다. 사진은 찰갑 일부가 발견된 모습(위)과 찰갑과 기타 유물들이 있는 C10호 내부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C10호 고분이 자리한 경주 쪽샘지구는 4~6세기에 조성된 왕족·귀족들 무덤 1000여기가 있는 신라시대 무덤군 유적이다. 다양한 무덤 양식이 있어 신라 고분문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굴조사를 하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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