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부터 기후위기까지···공간에서 울려퍼지는 ‘판소리’ 비엔날레

이영경 기자 2024. 3. 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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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부터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8월17일부터 부산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
현대미술 축제 풍성하게 펼쳐져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개인의 집부터 인류가 사는 지구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와 같은 전시입니다. 예술가들이 우리가 사는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시아의 대표적 현대미술 축제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9월7일 막을 올린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12월1일까지 85일간 열리는 비엔날레는 30여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해 지구·환경·생태적 주제를 소리와 공간이 결합한 공감각적 전시로 펼쳐보인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관계미학’으로 국제적 이론가로 주목받은 프랑스의 전시기획자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으로 선임돼 관심을 모았다. 부리오가 주목한 것은 한국의 판소리다. 부리오는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판소리는 소리와 이야기가 결합된 오페라와 같다. 소리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걸어가면서 보는 오페라로 묘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4 광주비엔날레 공식 포스터.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얻어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가 다루는 주제는 광범위하다. 인간이 밀집돼 살아가는 도시 공간부터, 인간에 의해 변형된 자연,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21세기 인류가 처한 상황을 공간과 소리를 활용한 거대한 오페라와 같은 무대로 펼쳐낸다.

부리오는 “공간은 정치적 의미와도 연결된다. 분쟁 국경, 이주민을 막는 장벽,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는 공간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며 “이전에는 도시와 숲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후변화는 도시와 숲이 냉혹할 정도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노엘 앤더스의 설치작품 ‘Co-Loss-Us’(2023). 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맥스 후퍼 슈나이더의 설치 작품 ‘트랜스퍼 스태이션, 해머 프로젝트’(2019). 광주비엔날레 제공

참여 작가 73명 가운데 43명이 여성이다.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보이스(Voices)’를 열고 있는 필립 파레노와 같은 유명 작가부터 신예 작가까지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미국의 노엘 앤더슨은 인종차별,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를 다룬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인도 출신 아몰 K 파틸은 카스트제도의 최하위 계급인 불가촉천민의 문제를 표현하는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비앙카 본디는 생명과학과 오컬트를 결합한 설치작품을 통해 물질간의 상호연결성, 삶과 죽음의 순환 등을 다룬다. 한국의 박미미는 분자 수준의 미세시계를 탐구한 작품을 선보인다.

부리오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비엔날레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작가들을 섭외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2024 부산비엔날레 공식 포스터. 부산비엔날레 제공

부산비엔날레는 해적과 불교를 테마로 한 ‘어둠에서 보기’를 주제로 오는 8월17일부터 10월20일까지 65일간 열린다.

공동 전시감독을 맡은 베라 메이와 필립 피로트는 “다양한 출신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점, 해적과 출가자 모두 속세를 등지고 이전의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7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통도사 성보박물관장을 역임하기도 한 송천 스님이 눈길을 끈다. 송천 스님은 불화의 전통에 깊이 뿌리 내리면서도 실험정신을 드러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표적 여성주의 작가인 윤석남, 부산에서 살며 분단·환경·여성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작품 속에 녹여온 방정아,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인도·파키스탄·네팔 등 현지에서 개성있는 작업을 해온 이두원, 이란과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골록흐 나피시와 아마달리 카디바 작가 등이 참여한다.

부산비엔날레 참여작가인 송천 스님의 ‘보국사 삼세여래후불탱’(2016). 부산비엔날레 제공
골록흐 나피시와 아마달리 카디바의 퍼포먼스 ‘우리가 상상하는 도시’(2020)의 한장면. 부산비엔날레 제공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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