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1년에 23만명 태어나는 시대, 모든 곳에 사람이 부족하다

손덕호 기자 2024. 3. 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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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한 해에 3058명 뽑던 의대 정원을 올해 입시부터 67% 늘려 5058명을 뽑겠다고 했다.

의사가 부족하므로 연간 2000명씩 5년간 더 뽑아 1만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유명한 '58년 개띠' 다음 해인 1959년부터 1971년까지 한 해 빼고 연간 100만명 넘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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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한 해에 3058명 뽑던 의대 정원을 올해 입시부터 67% 늘려 5058명을 뽑겠다고 했다. 의사가 부족하므로 연간 2000명씩 5년간 더 뽑아 1만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 같은 증원 계획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있다.

유명한 ‘58년 개띠’ 다음 해인 1959년부터 1971년까지 한 해 빼고 연간 100만명 넘게 태어났다. 이들이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병원에 자주 가야 해 의사가 더 필요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만 보면 안 된다. 아래도 봐야 한다. 작년에는 고작 23만명 태어났다. 올해 고3인 2006년생들은 이보다는 많지만 그래도 45만명밖에 안 된다. 1년에 100만명 태어난 세대들이 은퇴하는데 성인이 되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세대는 숫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사회 전 분야가 이미 삐걱대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았던 재건축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자잿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종 하루 평균 임금은 26만5516원으로 1년 전보다 6.7% 올랐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는 날로 오른다.

한국 인구는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아직 재앙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다. 많은 한국인들이 벌어둔 돈이 부족해 ‘생산가능인구’가 넘어서도 생산을 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경제활동인구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것도 2027년까지다. 2028년부터는 노동력 공급이 줄어든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이 연 1.9~2.1%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2032년까지 노동력이 89만4000명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한국에서 4년간 태어나는 인구를 합친 숫자다.

그래서 한국은 올해 고용허가제로 역대 가장 많은 16만5000명의 외국인 노동력을 도입하고, 식당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얼마나 많은 규모인가 하면, 올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간 한국인 청년의 37%에 달하는 숫자다. 작년에 태어난 한국 국적 출생아와 비교하면 72%나 된다.

2032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의사가 속한 보건복지서비스업(13만8000명)이 가장 많지만, 공학 전문가와 정보통신(IT) 전문가 비중이 높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도 8만8000명 부족하다. 부족한 전체 인력의 10%는 부가가치가 크고 한국에 돈을 벌어다 주는 공학·IT 분야가 차지하는 셈이다.

수능 만점자가 물리학과나 수학과가 아닌 의대에 진학한 것은 이미 오래됐다. 이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의대를 넘어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로 몰리고 공대를 기피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5년간 의대 1만명 추가 진학은 이런 상황을 가속화한다. 보건복지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해지고, 한국은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한 달 넘게 ‘앞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말만 해왔다. 그러나 식당에서 콩나물 무칠 사람도, 아파트에 철근 배근할 사람도, 대파에 흙을 덮어줘 흰 부분을 길게 할 사람도 부족하다. 대만보다 나은 반도체를 만들려 공정을 연구할 사람도 부족한데, 우수한 인재들이 1등부터 5000등까지 의대가 아니라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를 어떻게 전공하게 할지, 더 나은 비전을 갖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논의도 없다. 부족한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지 큰 그림을 그려야지 의사만 채워 넣고 말아서는 안 된다.

[손덕호 사회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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