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도박 전혀 몰랐다? 이해 안 돼” 오타니 향한 의구심 커지는 다섯 가지 이유

배준용 기자 2024. 3.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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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을 했는데도 어째 더 개운치 않다. 오히러 더 찜찜하다.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논란에 침묵하던 오타니쇼헤이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전혀 몰랐다. 미즈하라가 내 돈을 훔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지는 양상이다.

26일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 /AFP 연합뉴스

오히려 기자회견 이후 미 현지 언론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는 의구심이 더 증폭되는 양상. “이젠 본업에 집중하고 싶다”던 오타니도 어쩐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이 시작된 서울시리즈 이후 미국에 돌아와 친정팀 에인절스와 세 차례 시범경기를 가졌는데,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미국 내에서도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명을 들어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반응이 나온다. 왜 그럴까.

의문 1. 통역사가 어떻게 오타니 계좌에 접근했나

이번 논란의 가장 큰 핵심 쟁점은 ‘오타니의 돈이 어떻게 불법 도박 업자에게 흘러들러갔느냐’는 것. 지난 21일 오전 이번 논란을 가장 먼저 보도한 미 ESPN은 보도 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기사의 취재 경과를 공개했는데, 여기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ESPN과의 통화에서 “불법 도박으로 인해 막대한 빚이 있었고, 오타니가 이를 갚아줬다”고 했다. 이후 미즈하라는 “사실은 오타니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을 바꿨고,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몰래 돈을 송금한 절도를 저질렀고, 오타니는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 언론은 물론 여러 전문가들도 오타니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아무리 미즈하라가 통역가 겸 오타니의 사생활 매니저로서 오타니의 개인정보 등을 촘촘히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한번에 수십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미즈하라 혼자서 몰래 송금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미국에선 관련 법률에 따라 1만 달러 이상을 송금할 경우 금융기관들이 이를 다 확인하고, 거액 송금의 경우 은행이 통상 본인 확인절차를 거친다. 인터넷 송금시 홍채나 지문 등 생체 정보로 인증을 해야하고, 거액 송금은 예금주 본인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송금 주문서를 은행에 내야 한다. 또 은행에 송금을 위한 자금 출처와 용도를 입증하는 증빙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이런 과정을 다 통과했을 거라고 보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진실이 밝혀지기 전,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 오타니의 기자회견에 동행한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0

그래서인지 “오히려 미즈하라가 ESPN에 털어놨다가 철회했던 발언들이 진실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미즈하라는 보도가 이뤄지기 전인 19일 오전 EPSN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송금 방법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인 얘기들을 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내가 오타니의 컴퓨터로 접속해 오타니 계좌에서 몇 달에 걸쳐 7~8번 송금을 했다”고 말했다. “송금 용도를 ‘대출(Loan)’이라고 기재했다”는 말까지 했다.

의문 2. 돈이 빠져나가는 걸 정말 몰랐을까

설령 오타니 측이 진실이고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스러운 건 여러 차례에 걸쳐 수백만 달러의 돈이 빠져나갔는데 이걸 오타니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

오타니 측은 “지난 20일 서울 시리즈 경기가 끝나고 이상함을 느낀 오타니가 미즈하라와 독대한 이후에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걸 알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은행들이 거액 송금에 본인 확인 절차를 꼼꼼히 거친다는 점, 또 아무리 야구에만 빠져사는 오타니라 하더라도 수개월 간 본인 계좌를 들여보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ESPN의 취재경과에 따르면, 미즈하라와 관련된 기사가 나기 전인 20일 밤 LA다저스는 구단주 주재로 클럽하우스에서 팀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마크 월터 다저스 구단주와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선수들에게 “(오타니와 관련해) 곧 안좋은 뉴스가 나올 거 같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갚아주고 있었다”는 말까지 했다.

26일 기자회견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 UPI연합뉴스

즉 기사가 나기 하루 전 오타니 측 관계자는 물론 다저스 관계자, 심지어 MLB 관계자들까지도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갚아줬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오타니가 전혀 알아차릴 여지가 없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도박 빚을 갚아주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오타니가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중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 이유다.

미국 내 언론 분위기도 비슷하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몇 달에 걸쳐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계좌에서 거액을 몰래 송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가 조 폼플리아노는 SNS를 통해 ‘어떻게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와 ‘어떻게 몇 달에 걸쳐 거액의 돈이 빠져나가는 사실을 오타니 본인이 모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 두가지에 대해 답을 듣기 전까진 그 무엇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의문 3. 오타니 에이전트와 변호인단은 뭘 했나

오타니 측은 20일 밤까지도 오타니가 사태 파악을 전혀 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미즈하라가 통역가라는 위치를 악용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SPN이 접촉한 19일 이전부터 여러 언론매체에서 오타니의 계좌에서 불법 도박 업자로 송금한 내역에 대해 질문과 문의가 이어졌는데, 미즈하라가 이를 일부러 오타니에게 전하지 않거나 ‘오타니가 내 빚을 대신 갚아줬다’고 말을 지어냈다는 것이다.

ESPN과 오타니 측 주장에 따르면, 오타니가 ‘뭔가 잘못됐다’고 처음 느낀 시점은 앞서 언급한 20일 밤에 열린 클럽하우스 팀 미팅이다. 이 자리에서 마크 월터 구단주와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발언 이후 미즈하라가 선수들에게 영어로 사과하며 ‘사실은 도박 중독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마크 월터 구단주의 도움을 받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오타니. /연합뉴스

오타니 측에 따르면 당시 오타니는 영어를 몰라 무슨 말이 오갔는지 몰랐는데, 미즈하라가 이례적으로 선수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된 일이 생겼다’라고 생각했단다. 팀 미팅 이후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타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대체 미즈하라한테 무슨 일이 있는거냐’며 묻기 시작했고, 오타니가 이 상황을 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오타니 관계자들이 그런 오타니의 반응을 보고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 이후 미즈하라가 호텔에 도착한 뒤 오타니와 독대한 자리에서야 ‘내가 거짓말을 했고 당신의 계좌에서 몰래 돈을 빼 도박 빚을 갚았다’고 사실대로 털어놨다는 게 오타니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사실인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 ESPN이 오타니의 이상한 송금 내역에 대해 입장을 확인해달라고 오타니의 에이전트에게 처음 연락한 시점은 기사가 나기 이틀 전인 지난 19일. 이후 오타니 측의 ‘위기 소통 담당 대변인’이 ESPN 쪽에 ‘사실은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했고 오타니가 그 빚을 갚아줬다’고 해명하고, ESPN이 미즈하라와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하자 미즈하라와 전화 인터뷰까지 주선해줬다고 한다.

오타니 측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오타니와 소통할 때 미즈하라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오타니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팬들 사이에선 “상식적으로 이런 심각한 사안에 대해 오타니의 에이전트와 대리인들, 변호인단이 오타니 본인과 함께 단 한번도 회의 자리를 가지지 않은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이 나온다. 아무리 미즈하라가 통역사 위치에서 거짓말을 꾸며내더라도, 이런 회의 자리에서까지 오타니에게 상황을 전부 거짓으로 숨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냐는 얘기다.

이런 추측이 사실이 아니라 오타니 측 주장이 사실이라고 본다면, 오타니의 에이전트와 대리인들, 변호인단 모두 상식적으로 보기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하게 오타니와 소통하고 일 처리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문 4.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뒤늦게 말을 맞춘 거 아닌가

그래서 미 현지 언론과 야구 팬들 사이에선 “오타니 측이 처음에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 걸로 대응하려다 뒤늦게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내부적으로 말을 맞춰서 미즈하라로 ‘꼬리 자르기’를 한 게 더 설득력 있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 애초에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 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응하다가, 뒤늦게 법률 검토를 거친 뒤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내부 회의를 통해 ‘오타니는 처음부터 몰랐던 것으로 하자’고 말을 맞춘 게 아니냐는 것.

이런 가설을 밀어부치는 쪽은 오타니 측이 처음에는 ESPN 쪽에 적극적으로 취재 협조에 응한 것, 그러다 21일 새벽 갑자기 ESPN에 연락해 ‘기사를 내지 말아달라. 미즈하라가 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고 한 뒤 ESPN의 취재에 응하지 않는 태도로 돌변한 것 등을 근거로 든다. “미즈하라 입장에서는 오타니가 대신 빚을 갚아준 상황이니 ‘너가 독박 좀 써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오타니와 미즈하라(왼쪽). AFP연합뉴스

상황이 바뀐 뒤 미즈하라가 ESPN에게 한 얘기들도 의미심장하다. 오타니 측이 입장을 바꾼 뒤 미즈하라가 다저스로부터 해고된 21일 새벽, ESPN은 다시 미즈하라와 전화 통화를 가졌는데 여기서 미즈하라는 기존에 한 얘기들을 철회하고, 오타니에게 거짓말 한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당신이 오타니에게 기자들의 질문이나 이번 이슈를 고의로 잘못 전달하거나 알려주지 않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런 적은 결코 없다”고 했다. 또 ESPN 측이 던진 여러 질문에 대해 미즈하라가 “거기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도 누가 그런 지시를 했는지는 말하지 않은 것 역시 의구심을 키우는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6일 오타니의 기자회견이 이런 의혹을 더 증폭시켰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도박이나 빚은 전혀 몰랐다”고 했고 “미즈하라가 계좌에서 돈을 훔쳤다”고 했지만,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에 맞지 않게 일방적으로 11분 간 자신의 입장만 말할 뿐 기자들의 추가 질문은 받지 않은 부분도 의심을 더 키우는 부분이다.

의문 5.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타니는 어떤 처벌을 받나

결국 진실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미즈하라에 대한 미 연방정부 차원의 수사로 풀릴 수밖에 없는 상황. 만약 오타니의 기존 설명과 달리 오타니가 스포츠 종목에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1년 자격 정지, 또는 영구 제명까지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미 현지 언론들도 오타니가 불법 도박을 했거나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 것 자체가 위법 행위로 처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현지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타니가 미즈하라가 처음 말한 것처럼 불법 도박한 사실을 알고도 빚을 갚아주기 위해 송금을 했다면, 미 연방법 등에 따라 불법 도박을 원조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따라서 오타니가 처벌을 피하려면 애초에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도 몰랐고, 송금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현재의 입장이 사실로 입증되어하는데, 그럴려면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수사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오타니의 계좌에서 불법 도박 업자로 송금한 내역이 확인된데다 미국 은행의 거래 방식 등을 감안하면 오타니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즈하라가 처음 말한대로 오타니가 불법 도박 업자에게 송금을 하고 그 용처로 ‘대출’이라고 허위 기재한 것도 만약 사실인 걸로 확인된다면 연방정부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최대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이민법에 따라 서류문서 조작, 위증 등의 도덕성 위반 범죄로 1년 이상 형량을 받으면 비자 및 영주권 취소, 혹은 추방까지도 가능하다.

27일 미 시사주간지 ‘디 애틀랜틱’에서 작가 키스 오브라이언은 이번 논란에 대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스캔들의 세부 사항의 실체적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 스포츠 에이전트는 “이번 사태가 말끔히 해결되려면 결국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최소 1년 이상에서 길게는 수 년이 걸릴 수 있다”며 “그 사이 오타니의 경기력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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