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도 버텼는데…" 볼티모어항 폐쇄, 미국 물류시장 뒤흔드나

정혜인 기자 2024. 3. 28. 15: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볼티모어 항구 가동이 '프랜시스 스콧 키' 교량 붕괴로 무기한 중단되면서 물류 차질은 물론 현지 노동시장까지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수출업계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항구 폐쇄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 실적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 입구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를 무너트린 대형 화물선 '달리'가 다리 구조물에 걸려 있다. /AP=뉴시스 /사진=민경찬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이날 무너진 교량 복원과 볼티모어 항구 재개방까지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 "확신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재건은 쉽거나, 빠르거나, 저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리 복원 등을) 해낼 것이지만, 아무리 빨리 운항을 재개한다고 해도 하룻밤 사이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에 따른 파급효과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항구 장기 폐쇄에 대해 대비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무기한 운영 중단 상태인 볼티모어 항구는 오는 5월까지 폐쇄될 전망이다.
"팬데믹 때도 화물 움직였는데…2400명 실직 위기"
블룸버그에 따르면 볼티모어 지역 노동조합(노조)은 이번 사고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의 볼티모어 지부장인 스콧 코완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곧 일자리를 잃게 될 ILA 조합원 2400명이 있다"며 "교량 붕괴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부는) 이들을 도울 방법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없다고 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사고가 "우리에게 재해(catastrophic)"라고 했다.
미국 메릴랜주 볼티모어에서 현지 주민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프랜시스 스콧 키' 교량 붕괴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엑스(옛 트위터)


코완 지부장은 항만에서 화물을 운반하는 작업이 아직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이런 작업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급여를 받고 가족을 계속 부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우 비극적인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화물은 움직였다. 우리는 이런 적이 없다"며 이번 사태가 팬데믹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임을 시사했다.

ILA 측은 현재 미 연방정부 등과 항구 폐쇄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고, 메릴랜드주 의회는 이들을 위한 긴급 지원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 경로 찾아도 물류 차질 불가피…보험금 수조원대 추산"
해운사와 자동차 업계의 우려도 크다. 볼티모어 항구는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으로 미국 최대 자동차 수입항이다. 지난해 이 항구에서 취급한 자동차와 소형 트럭은 84만7000대 이상으로, 13년 연속 미국 최대 규모다.

시장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볼티모어 항구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수입 물량의 15%를 책임졌다. 또 항구를 통해 수입된 자동차의 80%가 '프랜시스 스콧 키' 교량 상류를 통해 내륙으로 들어왔다.

세계 최대 해운사 MSC, 완성차 업체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볼티모어 항구 정상화까지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주변 항구 이용 등 대체 경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상당하다. 업계가 대체경로로 고려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뉴저지, 뉴욕 등 미국 동부 해안의 다른 항구에 선박이 한꺼번에 몰려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프랜시스 스콧 키' 교량이 붕괴되는 모습 /영상=엑스(옛 트위터)

영국 자문업체 벤디지털의 도미닉 트라이브 자동차 분석가는 FT에 "대체 경로로 거론되는 항구에는 숙련된 인력과 자동차 취급 전문 장비가 부족하다"며 자동차 물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한 자동차 수출업체는 이미 딜러들에게 '차량 배송 지연'을 공지했다고 한다.

보험업계는 사상 최대 규모의 보험액 지급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의 마르코스 앨버레즈는 로이터에 이번 사고에 따른 책임보험 지급액이 20억~40억달러(약 2조6880억~5조37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최대 30억달러로 추정했다. 해상 보험 관련 책임보험 지급액 최고는 2012년 코스타 콩코르디아 크루즈선 사고의 15억달러다.
"공급망 위기·경제적 충격, 볼티모어 지역으로 제한"
일각에선 현재 미국의 공급망이 팬데믹 당시보다 더 탄력적으로 변해 볼티모어 항구 폐쇄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투자 메모에 "프랜시스 스콧 키 교량의 붕괴는 공급망 충격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미국 전체보다 볼티모어 지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항구 폐쇄에 따른 무역이나 운송 중단 여파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