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학과인데…' 택견에 바둑까지 줄폐과, 왜?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2024. 3.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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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용인대, 26일 택견 전공 폐과 의결 및 29일 이사회 최종 결정
명지대, 25일 바둑학과 폐과 결정…내년부터 신입생 안 받아
두 학교 모두 경영 악화 등이 명분…구성원 반발 등 후폭풍
구성원들, 폐과 반대 운동…외부 단체들, 실력 행사 예고
용인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무도학과 동양무예학과의 택견 전공생들의 수련 모습(사진 왼쪽)과 공강 시간을 활용, 휴게실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는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 용인대·명지대

세계에서 하나뿐인 체육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는 학과들이 잇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대학들이 경영 악화 등을 명분으로 희소 가치가 있지만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이들 학과의 폐과(廢科)를 결정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전공 학생 및 대내·외 관계자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28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대학교가 지난 26일 택견 전공 폐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고, 이에 앞서 명지대학교도 25일 바둑학과의 폐과를 결정했다. 두 학교 모두 경기도 용인시(명지대는 자연캠퍼스)에 소재해 있다.

용인대 대외협력실은 택견 전공의 폐과 추진에 대한 보도(CBS노컷뉴스 26일자 보도·[단독]용인대, 67% 반대에도 '세계 유일 택견 전공 폐과 추진') 이후 폐과를 기정 사실화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CBS노컷뉴스에 보내왔다. 택견 관련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폐과가) 경영상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입장문은 '(학교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택견 선수로 등록된 고교생 수가 1·2·3학년을 합쳐 52명밖에 되지 않는다. 학년당 17명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더 급격하게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도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게 골자다.
<아래 입장문 전문 참조>

택견 전공 폐과와 관련해 용인대 대외협력실이 CBS노컷뉴스에 보내온 입장문 전문. 용인대


용인대는 입장문을 통해 '매년 적자 규모가 커지는 대학의 입장에서 7000명 넘는 구성원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인대는 26일 오후 3시에 열린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에서 택견 전공의 폐과를 의결했다. 29일 이사회에서 관련 보고 진행 후 폐과 문제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명지대의 예술체육대학 바둑학과 폐과 결정도 사정은 비슷하다. 명지대는 지난 25일 교무 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바둑학과 폐과를 최종 결정했다. 바둑학과의 학사 과정 운영은 국내·외를 통틀어 명지대가 유일하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1997년 개설된 후 양건 9단, 한종진 9단, 이민진 8단 등 70여 명의 프로 기사를 배출하는 등 바둑 인재 양성의 산실(産室)로 통했다. 이같은 유명세에도 학교 측은 학생 등 젊은 층의 바둑 인구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2022년부터 폐과 논의를 시작,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단체 반발에 용인대 "대학의 사정에 따른 판단만 할 뿐, 달리 언급할 부분 없다"고 일축

 
용인대의 택견 전공 폐과와 관련한 대한택견회의 대응 문건 중 일부. 대한택견회

세계 유일 학과들의 폐과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다. 구성원과 관련 단체 등은 폐과에 반발하며 학교 측을 상대로 폐과 반대 운동을 잇따라 예고하고 있다. 장경태 용인대 택견 전공 교수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폐과를 밀어 붙이면서 학생들에게 조차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차후 학생 등 구성원들은 폐과 결정을 한 총장, 부총장 등 결정권자 등을 대상으로 폐과 제고를 강력 요청하는 등 실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인 대한택견회도 관련 사안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택견회 관계자는 "사립대의 의사 결정을 존중하지만 구성원 등과의 논의 및 사전 조율없이 급박하게 폐과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우려를 표명한다. 다시 한번 폐과 제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17개 시·도택견회, 용인대 택견 전공 동문회 등도 용인대를 항의 방문, 관련 시위 등을 통해 폐과 제고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같은 외부 단체의 반발에 대해 용인대 측은 "우리 대학의 사정에 따른 판단만 할 뿐이지 외부 단체에 대해서 달리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명지대의 바둑학과 학생회도 폐과 반대 운동을 준비 중이다. 바둑학과 교수진도 관련 회의 개최를 통해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라는 후문이다. 해당 교수들은 유럽, 남미 등지에서 유학생들이 바둑을 배우러 오는 상황에서 폐과가 결정된 것에 대해 특히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바둑협회의 경우 27일 '학생을 고려하지 않은 폐과 결정에 강력히 유감을 표명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협회는 또 바둑학과 진학 희망 학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2년 부터 바둑학과 폐과 반대 입장 견지해온 한국기원 측도 폐과 결정에 대해 '프로 기사들의 활약으로 바둑 위상이 높아진 시점을 들어 안타깝다'는 유감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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