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인부들이 있다" 직후 "다리가 무너졌다!"…긴박했던 90초
"방향을 잃은 배가 다가오고 있다. 교통을 멈춰야 한다"
"저 위에 인부들이 있다. (상황을) 알려야 할 것 같다"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 누구든 이동하라, 모두. 방금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메릴랜드주 교통경찰의 무전 기록 등을 토대로 화물 컨테이너선 달리호가 26일(현지시간) 볼티모어항의 다리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릿지'와 충돌하기까지 상황을 재구성했습니다.
선박 충돌로 순식간에 다리가 무너지는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에 선원들과 경찰은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달리호가 예인선 두 척의 안내를 받아 부두를 떠난 시각은 26일 새벽 0시 30분쯤이었습니다.
그 뒤 새벽 1시 25분쯤 예인선은 분리돼 항구로 돌아갔고, 달리호는 교량 쪽으로 접근하면서 시속 약 10마일(약 16km)로 가속했습니다.
달리호의 엔진이 꺼진 것은 그 직후였습니다.
추진 시스템은 중단됐고 경고등이 깜박였습니다.
비상 상황을 감지한 달리호 선원은 새벽 1시 27분쯤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냈고, 이에 항구로 돌아가던 예인선 한 대가 방향을 틀어 다시 달리호로 향했습니다.
배 위 선원들도 시스템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조명과 레이더, 조향장치가 잠시 복구되는 듯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달리호는 추진력을 잃은 채 교량 쪽으로 표류했습니다.
같은 시각, 육지 쪽 움직임도 긴박해졌습니다.
당시 메릴랜드 교통경찰의 무전 기록을 보면 "남쪽에 있는 당신들 중 한 명, 북쪽에 있는 당신들 중 한 명이 다리의 모든 교통을 통제해야 한다. 방금 방향을 잃은 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들(선원들)이 배를 다시 통제할 때까지 우리는 교통을 멈춰야 한다"고 다급하게 말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한 경찰관은 "지금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운전 중이었지만 다리 앞에서 멈췄고 모든 (다리로 진입하는) 교통을 멈추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분 뒤 경찰들은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당시 다리 위에는 포트홀(도로 파임) 작업을 하던 8명의 인부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멕시코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었습니다.
무전 기록을 보면 "다리 위에 작업 중인 인부들이 있나?…저 위에 인부들이 있다"며 현장 감독에게 상황을 알리고 그들이 잠시 다리에서 나올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어 새벽 1시 29분 직전에 한 경찰관이 볼티모어 벨트웨이 도로가 폐쇄됐다며 인부들을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다리 붕괴 첫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한 경찰관은 무전기에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 누구든 이동하라, 모두(Start whoever, everybody). 방금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고 소리쳤습니다.
이어 경찰은 모든 교통이 통제됐는지 거듭 확인했습니다.
해군 소장을 지낸 스태시 펠코스키 뉴욕주립대 교수는 "선박의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어떤 추진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선박을 멈추기는 어렵다"며 "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달리호의 조종사나 승무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볼티모어 주민 앤드루 미들턴 씨는 잠을 자다가 충돌 소리를 들었다고 NYT에 말했습니다.
소리는 30초 정도 계속됐는데, 처음에는 천둥소리나 저공 비행하는 제트기 소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고 전했습니다.
몇 시간 뒤 잠에서 깨고 나서야 다리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바로 선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스리랑카를 향하는 긴 항해를 준비하던 달리호 선원들의 출항 준비를 도운 그는 몇 분 뒤 '모두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NYT에 전했습니다.
볼티모어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존 매커보이 씨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몇 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부들은 항상 '키 브릿지'를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며 "많은 사람의 많은 것들이 변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진=AP, Bay Area Mechanical Services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 캡처,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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