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인천 역세권 ‘주택 쇼핑’… 부동산마저 점령[한국경제 흔드는 ‘차이나 대공습’]

김영주 기자 2024. 3. 28. 11: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한국경제 흔드는 ‘차이나 대공습’ - <3> 수도권 서부 집중매입
10년전 제주도 집사던 중국인
부평·부천으로 매수지역 옮겨
“1명 자리잡으면 20명 따라와”
지하철 골목 중국어 간판 즐비
내국인 줄어 도시 슬럼화 가속

인천=글·사진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지난 19일 인천 부평구 지하철 1호선 동암역을 나서자 사방에서 붉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라면집과 만두가게, 양꼬치 식당, 냉면 가게, 식료품점까지 모두 중국어로 간판을 달았다. 상인들은 물론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도 중국어로 말했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최근 3∼4년 사이에 지하철역 인근의 집을 매수하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중국인이었다”며 “여기뿐만 아니라 부평역, 주안역, 간석역 등 1호선 지하철 역세권마다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부터 구로구·금천구·영등포구 등 서울 지역에 형성됐던 차이나타운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부 수도권 역세권 인근의 상권과 주거지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8일 문화일보가 부동산 정보분석 기업 ‘직방’에 의뢰해 2010년 이후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취득은 그야말로 폭증 추세였다. 2010년 47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만157건에 달했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외국인 소유 국내 주택 8만7223가구 가운데 중국인 비중이 54.3%로 가장 높았다. 2위 미국은 23.5%에 불과했다.

특히 연도별 매수 지역을 분석해 보면, 중국인의 한국 부동산 매수 중심축이 수도권 서부 지역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추세가 확연하다. 2015년만 해도 제주 서귀포시(427건)와 제주시(273건)가 전국에서 중국인 매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지하철 1호선이 관통하는 인천 부평구, 경기 부천시 일대에 중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부평구는 2010년대 초반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이 연간 20건 안팎에 그쳤으나, 2016년부터는 8년 연속 전국에서 중국인 매수 최다 지역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6년 594건으로 급증하더니 2020년엔 1112건까지 치솟았다. 2022년 649건, 지난해 653건 등으로 여전히 전국에서 중국인 매수 건수가 가장 많다.

이런 변화의 영향으로 2010∼2023년 기간 전체로 따져도 부평구가 7801건으로 중국인 부동산 매수 1위 지역이 됐다. 이어 경기 안산시 단원구가 4860건, 부천시 소사구가 4249건이었다. 시흥시(4016건)와 화성시(3963건), 부천시 원미구(348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 제주시(3181건)는 7위에 그쳤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2018년부터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서부 수도권에 중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배경으로는 일자리 접근성이 좋은 교통의 요지인 데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저렴하고, 기존 중국인 밀집지역과 가깝다는 점 등이 꼽힌다. 동암역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1호선 전철역 인근 주거지는 교통의 요충지이지만 노후한 빌라·단독주택이 많고, 도로와 주차 등 기반시설이 열악해 수도권치고 집값이 싸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중국인들은 한 사람이 자리를 잡으면 10명, 20명씩 따라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차이나타운’화(化)하자 내국인이 줄어 슬럼화가 더 빨라지고 문화 잠식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 둘을 인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한 주민은 “초등학교 1학년 18명 중 4∼5명이 중국인 학생”이라고 전했다.

행정 사각지대 속에서 중국인들의 매수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외국인도 부동산 취득·보유·양도 시 내국인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개인 정보와 부동산 취득 정보가 잘 구축돼 있지 않은 탓에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을 중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외국인을 특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역시 정보 부족으로 행정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