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후보들이 보여준 민변의 타락[포럼]

2024. 3. 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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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통령제 정부 형태지만,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의결하며 국정감사권 등을 행사하는 국회 역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중요한 국가권력이다.

법치국가에서는 법률제정권을 행사하는 국회가 국가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당의 후보자라고 해도 당선돼 국회의 구성원이 되면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 우선의 의무와 청렴의 의무 등 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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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정부 형태지만,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의결하며 국정감사권 등을 행사하는 국회 역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중요한 국가권력이다. 법치국가에서는 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국가 실정법의 중심에 있는 법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는 법률을 통해 대통령의 행정부와 독립된 사법부를 견제하게 된다. 법치국가에서는 법률제정권을 행사하는 국회가 국가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총선은 입법부의 구성원을 뽑는 선거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당제 민주주의로 발전하면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핵심적인 조직이 됐다. 총선에서 정당이 내세운 후보가 당선해 국회에 들어가면 정당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게 된다. 물론 정당의 후보자라고 해도 당선돼 국회의 구성원이 되면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 우선의 의무와 청렴의 의무 등 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대 총선을 보면 정당의 후보자들이 선거 전에 문제가 드러나서 낙마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서도 예외 아니게 정당의 후보자 중에서 공천을 받았다가 문제가 드러나서 낙마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후보들이 성범죄 가해자 변호, 부동산 갭투자 등의 논란으로 출마를 포기하거나 공천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천에서 낙마한 변호사들은 민변 출신이란 점에서 이목을 모은다. 민변은 민주화운동이 결실을 본 1988년 ‘인권 옹호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치로 창립된, 변호사로 구성된 단체다. 재야 법조인 단체 민변은 출범 이후 초기에는 시국 사건의 변호를 맡는 등 나름대로 인권단체로서 정체성을 쌓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민변 출신 변호사들은 정치권에 진출했고,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등 점차 정치 세력화했다. 이렇게 다수의 민변 출신이 국가조직과 정치권에 진입하면서, 민변은 정치권력처럼 변했다. 더구나 일부 민변 출신 국회의원은 코인 투기, 막말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비난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논란이 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으로 인해 각 정당은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 의석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런 편법에 대해 민변은 위성정당이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위헌이라고 했다. 민변 스스로 위성정당을 위헌이라면서도 민변의 사무차장을 지냈던 변호사가 위성정당의 공천을 받는 이율배반적인 일도 발생했다.

변호사가 전문 법률가로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변론을 맡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변호사가 성범죄 혐의의 피고인을 위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는 발언 등으로 변론하는 것은, 인권 변호사로서 보여줘도 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민변 출신 변호사 일각의 이중성과 일탈은 민변이 내세운 기치에도 맞지 않는다. 변호사법은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민변이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변호사도 전문 자격사로서 직업이고 정치 활동도 할 수 있다. 총선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다. 민변은 인권과 정의를 내세우면서 국민 앞에 떳떳한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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