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에 사형을”…러시아에 ‘사형제 부활’ 목소리 커져

박병수 기자 2024. 3. 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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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외곽에서 일어난 공연장 테러로 143명이 숨진 사건 뒤 러시아에서 사실상 폐지된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러시아 대통령이자 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테러 발생 사흘 뒤인 지난 25일(현지 시각) 소셜 미디어에 "테러범을 죽일 필요가 있나?"라고 자문한 뒤 "필요하다. 사형해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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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찰이 27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테러 사건 이후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EPA 연합뉴스

모스크바 외곽에서 일어난 공연장 테러로 143명이 숨진 사건 뒤 러시아에서 사실상 폐지된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러시아 대통령이자 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테러 발생 사흘 뒤인 지난 25일(현지 시각) 소셜 미디어에 “테러범을 죽일 필요가 있나?”라고 자문한 뒤 “필요하다. 사형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번 테러에 관여한 사람들, 자금을 대고 지원한 사람을 포함해 모두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러시아는 28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지만, 사형제 부활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 자문기구인 ‘시민의 방’ 관계자인 리디아 미키바는 러시아 언론에 “사형제를 끝낸 건 현대 러시아 역사의 중요한 진전”이라며 “우리가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모두 멈춰서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아직 이런 논란에 말을 보태지 않고 있다. 그는 여러 차례 국내외에서 서방에 망명한 내부 고발자나 정적 등을 아무 거리낌 없이 암살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사형제에 대해서만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그는 2002년 “내가 있는 한 러시아에 더는 사형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2007년에도 “사형은 분별없는 일이고 생산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2022년엔 자신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사형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우리는 현재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푸틴의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인 1996년 국제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CE)에 가입하면서 “당장 사형 집행을 중단하고 3년 내 사형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폐지 약속은 러시아 의회가 유럽 인권협약(ECHR) 비준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지켜지지 않았으나, 사형 집행 중단은 약속대로 이어졌다.

1999년엔 헌법재판소가 “러시아 전역에 배심 재판이 도입될 때까지 사형 판결은 내릴 수 없다”고 결정했고, 배심제가 정착된 뒤인 2009년엔 “국민이 10년 넘게 사형집행 중지에 익숙해진 만큼 유럽평의회의 규정에 따라 사형집행 중지를 유지하라”고 결정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략 뒤 유럽 평의회에서 축출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사형 집행을 중단하게 된 애초 근거였던 유럽 인권협약에 구속될 이유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당시 발레리 조르킨 헌재 소장은 “사형제 부활은 헌법 개정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유럽 인권협약의 구속력이 사라진 만큼 개헌 없이도 사형제 부활이 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러시아 하원 두마의 의장인 뱌체슬라프 볼로딘은 “우리는 유럽평의회를 떠났다. 그렇지 않나?”라며 헌재가 사형 집행 부활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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