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종언? 바퀴 달린 아이폰 '꿈'에 그칠까 [IT+]

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2024. 3.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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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기술적 한계 이유 중 하나
전기차 성장세 꺾인 것도 이유
애플카 중단이 시사하는 점

애플이 추진한 '애플카'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모빌리티(Mobility·이동수단)로 들어가는 혁신을 의미했다. 많은 이들이 애플카를 '바퀴 달린 아이폰'으로 묘사했던 이유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왜일까.

개발 과정에서 애플카의 모습이 어땠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2014년부터 10년간 공들였던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타이탄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카 개발 취소 소식과 함께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인공지능(AI) 업무에 재배치되거나 구조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했다"거나 "애플카가 사망했다"란 보도가 잇따랐다.

시장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애플 주가는 일주일(거래일 기준) 만에 6.8% 하락했다. 반면 애플카의 개발단계는 어느 수준이었는지, 애플카가 현실화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에 주목하는 언론들도 적지 않았다. 도대체 애플카가 뭐길래 기대와 실망이 크게 교차하는 걸까.

애플카는 지난해 말 샤오미가 자사 최초의 전기차 'SU7'을 출시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시작을 알린 기업이다. 스마트폰은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시장을 종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꿔놨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공지능(AI)과 인포테인먼트 등 모든 것을 제어하는 중심점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전기차 제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의 중심이 된 스마트폰이 모빌리티(Mobility·이동수단)로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130여년간 이어진 자동차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하는 지점이 애플카였던 거다. 모든 이의 이목이 애플카에 쏠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애플카는 전기차 생산방식의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애플이 추구했던 전기차 생산방식은 기존의 접근법과 상당히 다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수는 내연기관차 대비 50~60% 수준에 불과하다.

배터리와 모터 등 핵심부품을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모듈화(여러 부품을 하나로 묶어 생산하면 그걸 한군데로 모아서 조립하는 방식)하는 것도 쉽다.

애플은 지금과 같은 아이폰 위탁생산 방식으로 애플카를 생산하려 했다.[사진=뉴시스]

이는 애플이 아이폰을 대만의 폭스콘에서 위탁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반도체의 생산 방식과도 유사하다. 다시 말해, 애플이 추구했던 애플카 생산방식은 반도체 파운드리와 같은 '모빌리티 파운드리'였다. 이렇게 하면 전기차의 덮개나 알고리즘만 조금만 바꿔도 천의 얼굴을 가진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그 시작을 알린 게 바로 애플카였던 셈이다.[※참고: 일부에선 애플이 이와 같은 애플카 파운드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애플카의 개발 중단 선언은 전기차 시장의 몇몇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첫째, 아직 애플이 원하는 애플카를 현실화하기엔 커다란 벽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플은 일반적인 전기차로 애플카를 개발하려 했던 게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를 제시하고자 했다. 이른바 '바퀴 달린 아이폰'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레벨4(고도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이 필수였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비상 상황에서만 사람이 개입하는 진정한 자율주행차가 기본이 돼야 '바퀴 달린 아이폰' 속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애플카 개발을 중단한 결정적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둘째, 전기차 시장의 성장통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커지던 전기차 시장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14일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배터리 수급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641만2000대로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33.5%)보다 성장률이 16.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가성비가 부각되고 있다. 당연히 애플로선 기술적 장벽이 있는 애플카를 개발할 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AI 기술 개발의 중요성 부각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에 AI 기술을 접목해 선보였다. 본격적인 생성형 AI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다. 애플에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애플이 애플카에 집중했던 전문 인력들을 대거 AI 분야에 재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당장의 먹거리를 위한 대비가 필요했다는 거다.

넷째, 테슬라의 부각이다. 애플카 개발 중단으로 가장 큰 상대적인 이득을 누리는 건 테슬라다. 애플카는 테슬라로선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다는 건데, 그게 무산된 상황이어서다. 테슬라의 독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중요한 건 애플이 애플카를 완전히 접었느냐다. 현재로선 프로젝트 축소보다는 중단에 가까워 보인다. 애플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도출한 성과물이나 최소한의 시스템을 남겨둘 공산이 크다.

과거에도 애플은 개발을 중단한 후에도 자산을 남겨뒀고, 이를 다른 제품을 개발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바퀴 달린 아이폰'은 과연 세상에 등장할 수 있을까. 여전히 흥미로운 이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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