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창 너머로 기업 사무실 창문이?… ‘옆 건물 창문 뷰’ 갈등 해결 어려운 이유는
주민 “창문 방향 틀어야” VS 신축 건물주 “어렵다”
중재자 없어 ‘타협 없는 갈등’ 우려

21일 서울 중구의 A 오피스텔에서 만난 주민은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하소연했다. 2층인 그의 오피스텔 창문 바로 앞에선 B 사의 본사 재건축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집 안에서 철골 구조물 위에 앉아서 일하는 건설현장 인력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B 회사가 오피스텔에 접한 쪽으로 사무실 창문을 내면서 이제 우리 오피스텔 거주민들은 창문은커녕 커튼도 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전국 주요 도심에서 고밀도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일조권이나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갈등이 늘고 있다. 주민이 사는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아파트 옆에 사무용 건물 등을 고층 재건축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은 소송이 가능하지만, 사생활 침해는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어 행정관청에서도 “양측이 알아서 협의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 우려가 있는 기존 주민들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는 신축 건물주가 ‘알아서’ 갈등을 조율하게 되면서 모두 피해자가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90도로 창 마주보게 된 두 건물…둥근 모양에 “사생활 피해 클 것”
A 오피스텔은 2016년 서울 중구의 준주거지역에 건설된 오피스텔이다. 12층 건물에 198세대가 입주해 있다. 주민들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라는 지리적 특성상 입주자 중 인근 직장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두 건물이 90도 각도로 서로 창을 마주보는 ‘옆 건물 창문 뷰’를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A 오피스텔은 부채꼴 모양의 둥근 건물로, 유일한 창이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B사 본사 건물은 창문이 동쪽을 향할 예정이다. 두 건물이 ‘ㄴ’ 모양으로 꺾여 있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먼저 지어진 오피스텔 건물이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라 오피스텔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아서 상의하라” 중재 없어 갈등 더 커져
오피스텔 주민들은 서울 중구청에 200여 장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사자들끼리 잘 상의해 보라”는 답만 받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문제와 관련해서 양측이 협의중이라고 해서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청 측은 B사 본사 건축과 관련해서는 “(구청에서) 법률 검토를 거친 후 진행했다”고 전했다.
구청이 건축 허가를 내준 뒤에 손을 놓으면서, 사생활 침해 문제와 관련해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과 재산권 행사 침해를 걱정하는 신축 건물주가 직접 충돌하게 됐다. 양쪽 당사자가 직접 부딪히면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 오피스텔 주민들은 동쪽을 바라보는 신축 건물의 창문 방향을 지금보다 남쪽으로 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B 사는 주민들에게 건물 완공 이후 자사 내부에 블라인드 및 사생활 보호 필름을 부착하는 등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B 사는 2016년 A 오피스텔 준공 전 소음과 분진이 심했을 때 본사 건물을 임시 이전하는 등 당시 오피스텔 주민들을 배려했던 것이 현재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B 사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창문 방향을 바꾸는 변경안 수용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주민들과) 논의가 중단된 채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오피스텔 입주민들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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