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도는 뱃살, 담백한 등살… 참지 못할 참치 한 점[이우석의 푸드로지]

2024. 3. 28. 0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우석의 푸드로지 - 봄에 더 맛있는 ‘참치’
연근해서 잡히는 4~6월이 제철
다랑어중 ‘참다랑어’ 최고로 쳐
칼로리 낮아 ‘바다의 닭고기’로
하얀색 결 있는 중뱃살 양 많아
연분홍에 마블링 대뱃살은 귀해
새빨간색 쫄깃한 아가미살까지
참치는 부위별로 조직과 지방의 형태가 달라 저마다 다른 맛을 낸다. 젓가락으로 집은 건 참치 목살. 지방이 가득 끼어있어 분홍빛을 띠는데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참치에도 제철이 있다고?”

문득 춘삼월 제철 참치가 먹고 싶어 지인들에게 제안했더니 누군가 되물었다.

‘철모르는’ 질문에 꽤 자상하게 대답해 줬다. 제철(seasonal)이란 지역성(regional)과 퍽 연관이 있는데, 모든 식재료는 해당 지리, 기후와 밀접하므로 ‘그 땅(바다)에서, 그때 가장 좋은 것’이 현실적인 제철 음식이다. 대체 뭔 말이냐, 쉽게 얘기해라 등의 말이 돌아왔지만 더 이상 귀에 담지 않고 입을 닫아버렸다. 더 설명해도 이해의 진전이 없어 보인 까닭이다.

여기서 다시 설명하자면, 참치 중 주로 횟감으로 쓰는 참다랑어는 전국적으로 분포할 뿐 아니라 계절과 수온에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북방과 남방을 회유한다. 겨울철 최고 시속 90㎞에 육박하는 속도로 태평양 남쪽 바다를 유영하다가 봄과 여름에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인근 연근해에 도달할 때가 바로 산란기를 앞둔 4∼6월이다. 그래서 요즘을 ‘참다랑어의 제철’이라 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도 4월 제철 생선에 들어간다.

‘스시마고’의 네기도로 초밥.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는 참다랑어는 고등어와 먼 친척이다. ‘고등엇과 다랑어속’에 속한다. 같은 속 중에도 수많은 다랑어가 있지만 가장 고급으로 치는 것이 참다랑어(blue fin tuna)다. 워낙 값이 비싸 주로 고급 참치회로 소비된다. 참치는 참다래, 참깨처럼 좋다는 의미의 ‘참’ 자에 생선을 뜻하는 ‘치’를 붙인 이름이다. 가장 생선다운 생선이란 좋은 뜻이다. 영어권에선 튜나(tuna)라고 하는데 학명인 투누스(Thunnus)에서 나왔다. 이는 그리스어 ‘돌진’을 의미한다. 하루 종일 물속을 질주하듯 유영하는 참다랑어의 습성을 보면 당장 이해가 간다.

조몬시대부터 참치를 먹어온 일본에선 마구로(マグロ)라고 한다. 눈이 크고 까맣다고 ‘메구로(目黑)’라 했는데 이게 와전돼 마구로가 됐다는 설도 있고, 잘 상하니 간장을 절여 팔았는데 시커먼 색이 난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아무튼 그냥 상온에 놓아두면 살코기가 거무스름하게 변하는 것은 사실이다.

참다랑어는 등푸른 생선 중에서도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DHA와 EPA가 풍부하고 비타민D를 많이 함유해 두뇌발달, 노화방지, 뼈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다. 특히 포화지방과 칼로리가 낮은 까닭에 ‘바다의 닭고기(sea chicken)’라 불려왔다. 참치라 불리는 종류에는 수많은 어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대장주’로 꼽힌다. 특정 서식지가 없어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고등엇과 생선이 대부분 그렇듯 수십 마리씩 어군을 구성해 유영하는데 영역도 아주 넓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을 휘젓고 다닌다.

‘스시마고’ 아보카도 아카미 초밥.

회유 지역에 따라 북방 참다랑어, 남방 참다랑어 등이 있는데 북방 쪽이 횟감으로 더 좋다는 평이다. 참치 역시 다른 등푸른 생선처럼 수온이 낮은 바다에서 잡히는 것이 더 비싼 값을 받는다. 일본 쓰가루(津輕) 해협의 아오모리(靑森)현 오마(大間)항, 아이슬란드 페로 제도, 뉴잉글랜드 노바스코샤 근해에서 잡은 참다랑어가 질 좋기로 유명하다.

지난 1월 일본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아오모리산 참다랑어(238㎏) 1마리가 무려 10억4000만 원(1억1424만 엔)에 낙찰되기도 했다. 놀라운 일은 이 금액이 역대 최고가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 2019년에는 역시 아오모리현 오마항에서 한 참다랑어가 약 30억3000만 원(3억3360만 엔)에 팔려 지금껏 화제가 되고 있다. 아무리 맛있다지만 생선 한 마리가 강남 아파트 가격에 거래된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일본에선 참치가 그리 비싼 생선이 아니었다고 한다. 연근해에서 많이 잡혔고 크기가 커서 보관을 위해 간장에 절여 놓았다가 두고두고 먹었다고 한다. 나중에 냉장 보관 시설이 생겨나고 너도나도 신선회를 즐기면서 지금의 몸값을 자랑하게 됐다. 인간에게 잡히지만 않는다면 참다랑어는 15∼25년가량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물상회’의 혼마구로 덮밥.

참다랑어는 근육과 혈관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 맛이 좋다. 등 쪽에 담백하고 고소한 붉은 살코기가 두툼하게 포진해 있고 뱃살 쪽엔 적당한 기름이 붙었다. 아가미와 지느러미 쪽으로는 근육이 발달해 씹는 맛 또한 일품이다. 그래서 버릴 게 없다는 말을 듣는다. 살코기는 물론, 눈알, 심장에다 뼈에 붙은 살까지 긁어 먹는다. 사실 상당히 비싼데 버릴 것이 어디 있을까.

참치는 다양한 요리로 가공되는데 가장 많이 먹는 방법은 참치회와 초밥이다. 횟감은 소고기처럼 부위별로 판매한다. 아무래도 전 세계에서 참치회를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먹고 또 많이 먹는 나라가 일본이니 참치살을 나누는 용어는 일본어를 기본으로 한다. 척추를 기준으로 위쪽 등 부분 붉은 살 아카미(赤身)가 가장 많이 나오고, 그다음으로 많은 뱃살도 주도로(중뱃살), 오도로(대뱃살), 스나즈리(배꼽살) 등 여러 종류로 나눠 회를 뜬다.

참치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대표적인 맛이라 할 수 있는 등살은 씹으면 부드럽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을 낸다. 특수 부위에 속하는 뱃살 중엔 하얀색 결이 있는 중뱃살(中トロ)의 양이 많이 나온다. 연분홍에 지방 마블링이 선명한 대뱃살(大トロ)은 양이 적은 데 비해 선호하는 이가 많아 가장 비싼 축에 든다.

가운데 지방이 동그랗게 박혀있어 배꼽살(すなずり)이라 불리는 횡격막 부위, 그리고 대가리와 뱃살로 이어지는 가슴지느러미 부근의 목살(가마도로·カマトロ), 새빨간 색에 쫄깃한 육질을 자랑하는 아가미살 등은 좀 더 귀한 까닭에 더 비싼 값을 받는다.

대가리를 해체하면서도 정수릿살, 콧살, 볼살, 입술, 눈살 등 다양한 두육살이 나오는데, 워낙 양이 적어 ‘실장님 스페셜’ 말고 일반적인 메뉴엔 좀처럼 내지 않는다. ‘실장님 스페셜’이란 1990년 중후반대 들어 국내에 참치회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실장(주방장)이 커다란 참치 대가리를 들고 다니면서 직접 살을 잘라주던 형식에서 기인한 말이다.

가장 신기한 부위는 사실 네기도로(ネギトロ)다. 원래는 보이지 않는 부위다. 참치 갈비뼈에 붙은 살을 스푼으로 일일이 긁어내 모은 살이다. 원래 뼈에 붙은 부위가 맛있는 데다 지방, 근육이 함께 섞여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낸다. 형태가 없어 횟감으론 낼 수가 없고 보통은 김초밥처럼 김에 싸서 먹는데, 간혹 참치 전문점에서 밥 위에 수북이 얹은 덮밥인 네기도로동(ネギトロ丼)으로 팔기도 한다.

참다랑어는 멸종위기종에 속한다. 성장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역시 남획이 원인이다. 양식에 성공하기 전까지 개체 수가 크게 줄어 한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서 ‘판다’와 같은 취약(VU) 등급이었다. 지금은 한 칸 내려온 준위협(NT) 등급이다. 예전만큼 잡히지 않는 대신 일본과 한국이 참다랑어 가두리 양식에 성공한 까닭에 요즘은 국내에서도 생참치회를 즐길 수 있다.

참치살을 넣은 ‘쿠마’의 후토마키.

이처럼 귀한 까닭에 누구나 쉽게 참다랑어를 먹을 순 없다. 일상에서 참치회란 눈다랑어, 황다랑어 등까지 범주에 넣는다. 심지어 값이 싼 무한리필 참치 횟집이나 뷔페 참치회의 경우, 윗주둥이가 뾰족한 청새치 등 새치류(marlin)까지 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다랑어까지만 참치회로 용인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참치 통조림은 참다랑어로 만든 것이 아니다. 주로 가다랑어(skipjack tuna)를 쓴다. 참다랑어를 썼다면 한 캔에 최소 몇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참치 통조림에 들어간 가다랑어 역시 맛 좋고 영양가가 우수해 참치캔 역시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1982년 동원식품이 국내 최초로 참치캔을 출시한 이후 국민 식생활이 바뀌었을 정도. 당시 고등어와 꽁치 통조림을 이용해 김치찌개를 끓였지만 당장 참치로 바뀌었다. 참치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

값비싼 스시 오마카세(맡김상차림)의 바 테이블에서나, 분식점 김밥집에서나 제철을 맞은 봄날의 참치는 지금도 어느 곳에서 도저히 ‘참지’ 못할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 대물상회 = 혼마구로 덮밥. 그야말로 ‘큰손’이다. 연근해산 참다랑어 중뱃살과 등살을 초밥 재료만큼 크게 썰어 채소와 함께 밥 위에 수북하게 얹어준다. 덮밥에 중뱃살이라니. 이게 1만 원짜리다. 참치 마니아에게 이보다 더 호사가 있을까. 오후 2시부터 하루 30그릇 한정으로 판다. 저녁엔 몰트 위스키와 다양한 횟감을 즐기는 곳이다. 서울 마포구 새창로6길 29. 1만 원.

◇ 카덴 = 혼마구로 도로 사시미. 요즘 제철 참다랑어의 맛있는 곳만 골라 12점 내주는 세트가 있다. 다채로운 맛 경험을 살릴 수 있게 가마(목)살, 배꼽살, 대뱃살 등 다양한 부위를 낸다. 캐비아를 곁들일 수도 있다. 금태구이, 옥돔, 버크셔K 돼지 차슈 등 사이드 메뉴가 다양해 해산물에 더해 만족스러운 정찬을 즐길 수 있는 곳.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73 거화빌딩. 4만 원.

◇ 쿠마 = 늘 ‘제철’과 ‘초대형’을 강조하는 집. 1인당 10만 원짜리 맡김상차림 일식집인데 참치회를 배달시켜 먹으면 같은 가격에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중뱃살과 가마살 등 기름진 부위도 좋고 숙성이 잘 돼 부드럽고 담백한 등살도 맛있다. 셰프가 입맛을 고려해 야무지게 구성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7 충무빌딩 2층.

◇ 목포해태초밥 = 정통 일식 초밥을 가벼운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집이다. 광어, 새우 등 신선한 해물 재료를 사용해 만든 초밥과 함께 참다랑어 대뱃살 초밥을 함께 구성한 시그니처 메뉴 ‘해태초밥’이 있다. 가게에서 초밥 주문 시 일식 라면과 튀김 등을 함께 내준다. 전남 목포시 평화로 105 1층. 2만1000원.

◇ 스시마고 = 캐주얼한 회전 초밥집이다. 다양한 부위별 참치 메뉴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참다랑어 중뱃살, 대뱃살, 가마살 등 고급 부위는 물론 눈다랑어 중뱃살 등도 있어 가격대별로 골라 맛볼 수 있다. 감태 네기도로 초밥, 아보카도 아카미 초밥 등 퓨전 방식으로 만든 초밥도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대로 1955 스타필드 3층.

◇ 장참치 = 참치회의 ‘본향’을 주장하는 부산 서면의 참치 노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참치를 즐길 수 있다. 가격대별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부드러운 양깃머리 맛을 내는 참치 심장 등이 함께 나오는 혼마구로 코스를 주문하면 부족함이 없다. 곁들임 찬도 훌륭하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로96번길 11. 혼마구로 코스 6만 원(1인).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