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생명은 박진감…더 빨라진 MLB가 온다 [이창섭의 MLB 와이드]
서울에서 펼쳐진 ‘꿈의 축제’는 끝이 났다. 이제는 미국 본토 개막전이다. 메이저리그가 길었던 침묵을 깨고 돌아온다. 먼저 개막전을 치른 두 팀을 포함해, 오는 금요일(29일·한국시각)에 30팀이 다 함께 출발선에 선다. 새로운 시작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화두는 ‘빠름’이었다. 피치 클록 도입으로 빠른 투구를 유도했고, 주자 견제 제한과 베이스 크기 확대로 빠른 야구를 부추겼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경기 당 평균 시간이 2022년 3시간6분에서 지난해 2시간42분으로 24분 줄었다. 경기 당 평균 도루도 전년 대비 41% 늘어난 3503도루를 기록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좀 더 빨라진다. 피치 클록 기준이 강화됐다.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로 동일하지만, 주자가 있을 때 20초에서 18초가 됐다. 투수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커졌다.
팀당 마운드 방문도 기존 5회에서 4회가 됐다. 또한 이닝 시작 전 마운드에서 몸을 푼 투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한 타자는 상대해야 한다. 이전처럼 상대 팀이 기용하는 대타를 보고 투수를 재차 바꿀 수 없어졌다. 경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들을 줄여서 경기 시간을 더 짧게 만들겠다는 사무국의 의도다.
속도감도 높인다. 홈 플레이트에서 1루까지 형성된 주로가 넓어졌다. 일명 쓰리(3)피트 라인이 사라지면서 발 빠른 타자들이 살길이 생겼다. 여기에 올해는 내야수가 주자 진로를 가로막는 것을 더욱 엄격하게 단속한다. 2루 베이스와 3루 베이스 앞에서 시도하는 태그가, 진로를 차단했다고 판단되면 결과와 상관없이 세이프 판정을 받는다. 주자들의 도루를 비롯해 추가 베이스를 노리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다.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단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였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을 데려오면서 무려 12억달러(1조6170억원)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다저스가 작심하면 이 정도로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력 보강을 확실히 한 다저스는 모두의 견제를 받는 ‘공공의 적’이 됐다.
흥미로운 건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전력 강화에 성공한 것이다. 기본 전력이 탄탄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더하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현지에서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가 올해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한·일을 대표하는 선수들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집결했다. 그러면서 재밌는 맞대결도 많이 성사된다. 김하성(샌디에이고)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 개막 4연전부터 격돌한다. 자유계약(FA)을 앞둔 김하성은 유격수로 복귀. 직속 후배 이정후가 1억달러가 넘는 계약을 따낸 만큼 승부욕이 더 강해질 것이다.
올해 오타니는 마운드에 서지 않는다. 하지만 타자로 출장해 김하성, 이정후와 간접 승부를 펼친다. 대신 야마모토가 김하성과 이정후를 자주 만날 예정이며,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고우석도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 이정후와 오타니를 상대해야 한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떠나면서 주목받는 선수도 있다.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후안 소토다. 소토는 지난해 개인 최다 35홈런을 때려냈다. 이미 홈런왕 애런 저지가 있는 양키스는, 소토의 가세로 명가 재건을 노린다. 이번 시즌 후 FA가 되는 소토 역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2023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창단 첫 우승이었다. 텍사스와 함께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를 장식했다. 이 두 팀의 월드시리즈는 시즌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예측 프로그램 페코다(PECOTA) 시스템도 두 팀의 정규시즌 성적을 모두 5할 밑(텍사스 79승83패, 애리조나 74승88패)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저스가 ‘우승 후보 0순위’로 불리지만, 어느 팀이 역전극을 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축구공이 둥근 것처럼, 야구공도 둥글다. 또 다른 드라마가 기대되는 2024년 메이저리그가 막을 올린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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