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항구도 이미 포화"…볼티모어항 폐쇄 장기화에 '발동동'
대체항 규모 작고 전문 인력 부족해 병목 불가피
폭스바겐·BMW는 영향 無 "근처 터미널 영업 중"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다리 붕괴 사고로 폐쇄된 볼티모어 항구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의 15%를 담당해 온 볼티모어항의 마비로 글로벌 차 수출업체들의 실적에도 연쇄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무너진 다리를 복구하고 볼티모어항을 재개방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확실하게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재건 작업은 빠르지도, 쉽지도, 저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티모어항은 수출입 모두의 측면에서 중요한 항구”라며 “우리는 해낼 것이지만, 아무리 빨리 운항을 재개한다 해도 하룻밤 사이에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며 이에 따른 파급효과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교통부는 28일 중 해운사들을 소집할 계획이다. 부티지지 장관은 “백악관은 항구 폐쇄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볼티모어 밖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가 대형 화물선의 충돌로 무너지면서 볼티모어항 운영은 무기한 중단됐다. 볼티모어항은 내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개의 고속철로 주요 도시에 연결돼 있어 자동차 수출업체들이 선호해 왔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의 15%가 볼티모어항을 거쳤다. 이 중 80%가 무너진 다리를 통해 운반됐다.
자동차 수출업체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뉴저지, 뉴욕 등에 위치한 미 동부의 다른 항구로 수출선을 틀기 시작했다. 27일 볼티모어항에선 두 척의 컨테이너선이 항로 변경을 위해 정박 중인 모습이 관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을 이용하는 자동차 업체는 닛산,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이다.
그러나 선박들의 이동량이 단시간에 급증하는 가운데 교통을 통제할 전문 관리인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병목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벤디지털의 자동차 애널리스트인 도미닉 트라이브는 “경로 변경과 관련된 주요 문제는 (대체 항구에) 자동차를 다루는 숙련된 노동력과 전문 장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대체 항구들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클락슨리서치의 스티븐 고든 매니징디렉터는 “동부 지역 대체 항구에선 최근 몇 개 분기 동안 이미 기록적인 양의 자동차가 수입됐다”며 “이들 항구는 볼티모어항보다 수입 차량 처리 능력이 낮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롤온롤오프(roll-on-roll-off·짐을 실은 트럭을 그대로 싣고 내릴 수 있는) 선박 업체인 애틀랜틱컨테이너라인은 “대형 자동차 수입업체들은 동부 해안 지역에서 차량을 실어 나를 공간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체 항구들은 ‘빈 곳 없음’ 표지판이 올라가기도 전에 매우 빠르게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의 임원도 “모든 업체가 대체 경로를 찾기 시작한 데 따른 제약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들의 실적에 직접적 타격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는 “볼티모어항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면서 “당분간 볼티모어항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알렸다. 볼티모어항을 이용해 오던 한 자동차 업체 역시 볼티모어항 사태가 “향후 몇 달간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바로 옆 컨테이너 터미널인 스패로우즈포인트가 여전히 영업 중이어서 폭스바겐, BMW 등 몇몇 유럽 업체들은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이날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의 이름을 딴 선박이 이 터미널로 입항했다.
보험 업계에선 재산·화물 피해, 제3자 배상 책임, 사업 중단 등과 관련해 수십억달러의 보험금이 청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청구액을 10억~30억달러(약 1조3000억~4조원)로 추정했다. 대부분이 프랑스 보험그룹 악사의 재보험 담당 자회사인 악사XL에 청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악사는 “그룹 차원에선 어떤 영향도 주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억8천에 8억 아파트를…"이러다 그분들 몰려올까 겁나요"
- "연봉 1억5000만원인데"…한숨 쉬는 증권맨들, 이유는?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 "알리가 이걸 어떻게 이겨"…쿠팡의 역대급 '반전 카드'는
- "세계적인 명작 '모나리자' 실제로 보니…" 반전 결과
- 돈 쓸어 담는 도쿄디즈니랜드, 마블관까지 연다 [김일규의 재팬워치]
- 아들 떠나고 3개월 만에…故 이선균 부친 별세
- '국민 MC' 강호동, 전현무·서장훈 소속사 이사 됐다
- 블랙핑크 리사 75억 현금 매입 대저택 공개…"열심히 리모델링"
- 티아라 아름, 의식 불명 상태…남친 "괜찮을 거라고 기도"
- 벌써 5억 '껑충'…"GTX만 믿고 있다가 큰일 나" [최원철의 미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