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초상집인데, 누굴 봐줘요” 유일한 패전 투수 류현진의 대답, 홈 개막전 KT 상대로 독기를 품다
[OSEN=문학, 한용섭 기자] “내가 지금 초상집인데, 누굴 봐줘요”
27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린 인천 SSG랜더스필드. 경기 전 야구장에 도착한 한화 류현진은 팀 훈련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잠깐 SSG 선수들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SSG 추신수와 반갑게 얘기하고, 외야로 워밍업을 하러 갔다.
훈련을 마치고는 덕아웃과 라커룸을 왔다갔다 했다. 대부분 투수들이 선발 등판 이틀 전에 불펜 피칭을 하지만, 류현진은 불펜 피칭을 하지 않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류현진은 오는 29일 대전 홈구장에서 열리는 홈 개막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KT 위즈다. 27일 경기 전까지 개막 3연패에 빠져 있다.
류현진에게 ‘KT 지금 (연패로)초상집이니 좀 봐주며 살살 던져라’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네자,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지금 내가 초상집인데, 누굴 봐줘요”라고 답했다.
2013시즌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미국 MLB에 진출한 류현진은 지난 2월말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며 12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정규시즌 개막전 LG 트윈스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천하의 류현진도 12년 만에 복귀전이자 개막전 마운드에 오르자 긴장감 탓인지 제구가 별로였다. 직구 최고 구속 150km를 던졌으나 주무기 체인지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집중타를 허용하며 4회 도중 강판됐다.
게다가 야수진의 치명적인 실책까지 있었다. 3⅔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럼에도 5실점이 모두 2아웃 이후에 허용한 점수가 아쉬웠다. 삼진을 하나도 잡지 못해 위기에서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류현진을 상대한 후에 "현진이가 컨디션이 좀 안 좋았던 것 같다. 현진이가 갖고 있던 커맨드는 아니었다"며 "경기를 다시보기로 돌려봤는데, 실투도 좀 많았고, 그 실투를 놓치지 않고 우리 선수들이 좋은 타격을 한 것이 류현진을 이길 수 있는 포인트였던 것 같다"고 했다.
류현진 스스로도 제구에 잘 안 됐다고 했다. 개막전을 치른 뒤 류현진은 "직구는 초반에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맞아 나간 거는 가운데로 몰려서... 변화구 제구가 아쉬웠다. 예방 주사 한 번 맞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굉장히 좋았기에 컨디션도 좋았는데, 역시 투수는 제구가 중요하다고 또 한 번 느낀 경기였다. 구속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꼈다. 좀 더 제구에 신경을 써서 던져야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직구 위주 피칭을 한 것을 두고 "전체적인 패턴을 너무 역으로 많이 간 것이 안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1회부터 2회 2점을 먼저 허용하기까지 LG 타자를 상대로 던진 35구 중 30구가 직구였다. 최 감독은 "현진이는 다양한 코스와 구종으로 던지는 스타일인데, 직구를 좌타자 몸쪽으로 많이 던졌고, 결정구도 빠른 템포의 직구를 많이 갔다. 아마도 전력 분석을 통해 타자 성향을 보고 좀 역으로 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류현진은 "결국 제구인 것 같다. 150km 던져도 한국 타자들의 컨택 능력이 있어서, 소용 없다. 140km 초반이라도 제구와 코너워크가 된다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구를 강조했다.
류현진이 KT와 홈 개막전에서 두 번 연속 실패를 반복하지는 않을 듯 하다. 최 감독은 27일 SSG와 경기에 앞서 류현진에 대해 "전력분석팀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료를 엄청 요구한다더라. 현진이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꼼꼼하지 않을 거 같지만, 어떤 데이터가 있으면 사례 100개 이상을 보고 한다더라"며 류현진의 노력과 준비성을 언급했다.
한화는 23일 류현진이 패전 투수가 되면서 개막전에서 졌지만, 이후 3연승을 거뒀다. 24일 페냐, 26일 김민우, 27일 산체스가 각각 선발승을 기록했다. 개막 후 4경기에서 류현진만 패전 투수가 되고, 다른 선발 투수들은 모두 승리를 챙겼다. 비록 한 차례씩 선발 등판을 했을 뿐이지만, 류현진으로선 머쓱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초상집"이라는 뼈있는 말을 내뱉은 류현진이 KT 상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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