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차별 압수 휴대전화 정보, ‘검찰 캐비닛’ 아니고 뭔가

한겨레 2024. 3.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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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된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 저장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언론의 지적에 대한 검찰의 해명이 점입가경이다.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한 대검찰청 예규를 들어 합법이라고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휴대전화 전체 정보 압수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마치 대검 예규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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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압수된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 저장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언론의 지적에 대한 검찰의 해명이 점입가경이다.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한 대검찰청 예규를 들어 합법이라고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휴대전화 전체 정보 압수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마치 대검 예규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빈축을 샀다. 여기에 더해 대검찰청 서버(디넷)에 보관한 정보를 “기술적·절차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검찰의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는 내부 증언까지 나왔다.

28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전현직 검사들은 수사팀 검사가 디넷에 저장된 전체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해당 파일을 내려받은 뒤 수사팀 내부에서 공유해 수사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대검 예규에 예외 규정을 둬 주임 검사 등이 승인을 받으면 전체 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실을 피압수자에게 알릴 의무도 없다고 한다. 휴대전화 등을 한번 압수당하면 언제 다시 ‘별건’으로 수사 대상이 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검은 ‘수사팀 검사는 (서버에 저장된) 전체 파일에 접근할 수 없다’고 원론적 해명만 하니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공유된 파일이 어떻게 유통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검사가 개인 컴퓨터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활용’해도 모른다는 얘기다. 검찰의 ‘디지털 캐비닛’이란 말이 괜한 엄포가 아닌 셈이다. 검찰의 궁색한 변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검찰은 또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보도한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를 수사하면서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고발사주’ 사건 취재 정보까지 압수해 대검찰청 서버에 저장했다고 한다. 뉴스버스가 특종 보도한 고발사주 사건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핵심 참모조직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2020년 4·15 총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야당(현 국민의힘)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을 사주한 사건이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이를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중대 범죄’로 판단해 실무를 주도한 손준성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윤 대통령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이 이진동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고발사주 사건 취재 정보까지 가져간 것은 그 의도가 매우 불순해 보인다. ‘고발사주’ 보도에 대한 해코지라도 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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