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으로 표밭 갈기…국토부 총동원된 ‘민생토론회’였다
24번 중 18회 관여…주관만 4번
신도시 재건축·철도 지하화 등
대부분 ‘부동산 호재’ 정책 집중
총선 앞 ‘관권선거’ 비판 잇따라
국토부 “민생과 직결되는 내용”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 초부터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토교통부가 주관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 주관(총괄)만 4번하고, 타 부처 토론회에도 14번 참여하는 등 총 18번 관여했다. 행사의 7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부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지만 대통령이 총선을 의식해 사업성 검토가 끝나지 않았거나 착공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는 개발 사업을 잇달아 약속한 증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직접 전국 곳곳의 민생 현장을 찾아 주제별로 국민과 함께 토론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1월4일부터 시작한 토론회는 이달 26일까지 총 24번 열렸다. 28일부터 시작하는 제22대 국회의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잠정 중단됐다. 대통령이 지역 맞춤형 개발 약속을 쏟아낸다는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면서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27일 조사한 결과, 민생토론회를 가장 많이 주관한 부처는 국토교통부로 총 4회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무조정실·지방시대위원회(대통령 직속)가 각각 3회씩 주관했고, 보건복지부가 2회였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대통령 직속)·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행정안전부·국방부는 한 번씩 행사를 맡았다.
국토부가 주관한 토론회는 대부분 개발 계획에 집중되어 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조기 재건축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1월1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대와 철도·도로 지하화(1월25일),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3월7일) 등 모두 개발 호재로 인식되는 계획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발표(3월19일)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소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기도 했다.
국토부가 직접 주관하지 않더라도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여한 경우도 14번이었다. 예컨대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열린 부산 민생토론회(11번째·2월13일)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울산에서 열린 토론회(13번째·2월21일)에서는 개발제한구역(GB) 규제 완화가 각각 언급됐다.
국토부가 민생토론회 24차례 중 주관한 행사 포함 총 18번을 참여한 셈이다. 특히 11번째 민생토론회 이후 수도권을 벗어나 부산·울산 등 지역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국토부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했다.
국토부가 참여한 민생토론회에서는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예컨대 철도·도로 지하화는 1월 말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후 인천 토론회(3월7일)에서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계획이 다시 나왔다. 당초 국토부 발표 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언급했다.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지역 숙원 사업으로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등이 진행 중이다.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도 6번째 민생토론회 이후 대전에서 열린 12번째(2월16일), 충북에서 개최된 24번째(3월26일)까지 세 차례 언급됐다.
이처럼 국토부가 민생토론회의 ‘핵심’ 부처로 여러 번 등장했다는 자체가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은 필요하지만 관권선거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발표 시기를 집권 초기나 선거와 무관한 때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아파트 짓고, 길 닦는 계획을 지역별로 발표하다 보니 국토부가 계속 민생토론회에 참여하는 것 같다”면서 “과거에는 대통령 행사가 한 달 전에 계획돼 실행됐는데 올해 민생토론회는 개최 3일 전까지도 주제가 확정되지 않아 고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나 “도시·도로·주택 건설이라는 업무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고 모두 민생과 직결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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