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집 준다, 현금 준다…재원 마련 구체안 없어

김민제 기자 2024. 3. 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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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표의 힘 (4) 저출생
4·10 총선 저출생 공약 전문가 평가
게티이미지뱅크

저출생을 해소하려면 전 생애를 지원하는 연속적·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4·10 총선 공약은 여전히 분절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당들은 주거와 돌봄, 일·가정 양립, 현금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공약의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가족이 함께할 ‘시간’

일·가정 양립의 한 방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제시한 정당은 일부였다. 녹색정의당이 주 4일제 도입과 하루 노동시간 상한제, 연차 5일 추가 등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저출생 해결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실질 노동 시간을 줄여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있을 시간을 만들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주 4.5일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지만 저출생 대책에는 따로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육아기 유연근무 보장 차원에 머물렀다. 개혁신당은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국민의힘은 육아휴직을 제외하고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전혀 없는데 육아휴직만으로 일·가정의 양립은 어렵다. 실 근로시간과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이라는 하나의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궁극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양육자와 아동이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육아휴직 보장에는 대체로 적극적이었다. 국민의힘은 기존 출산휴가를 ‘아이 맞이 엄마 휴가’ ‘아이 맞이 아빠 휴가’로 명칭을 바꿔 아빠 휴가는 ‘1개월 의무화’를 제시했다. 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신청만으로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육아휴직을 신청만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출산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녹색정의당도 자동 육아휴직제, 아빠 육아휴직 3개월 할당 등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 공약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윤자영 교수는 “자동 육아휴직이나 의무화라는 표현만으로 중소기업 등에 적용을 확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성의 육아 참여라는 방향성은 맞으나 현재 (육아휴직 등을) 열흘도 사용하지 않는 아빠들도 많다”며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공무원에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부모 누구나에게 출산휴가·급여 등을 지급하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에 대해 “실행 방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 구체성이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아이를 낳고 기를 ‘돈’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은 다수 등장했다. 민주당은 자녀 둘을 출산하면 24평, 셋을 출산하면 33평 주택을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주변을 중심으로 개발해 해당 지역 주택을 청년·신혼부부·출산가구 등한테 대량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혼인·동거 가구에게 10년간, 아이가 태어나면 10살이 될 때까지 공공주택과 월 60만원의 주거 지원비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원을 우려했다.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의힘 공약과 관련해 “주거 지원 정책의 경우 지원 규모와 실행 방안 등이 제시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약은 통합적이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세 자녀 가정에 33평 주택 제공’ 공약에 대해 “두 자녀까지는 보편적으로 지원하되 세 자녀 이상은 가구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지원 범위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사회 전체의 ‘돌봄’

국가가 나서 부모의 양육 부담을 나눠 지겠다는 공약도 제시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돌봄 정책인 ‘늘봄학교’(초등 돌봄교실과 방과후 수업의 확대·다양화 정책)를 공약으로 가져왔다. 또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12살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가 찾아가 지원하는 서비스인 ‘아이돌봄서비스’ 개편 방안도 내놨다. 아이돌봄서비스의 공급원을 기존처럼 정부로 한정하지 않고 민간 기관과 조부모, 학부모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국가·지방자치단체·교육청이 함께 지원하는 ‘온동네 초등돌봄’ 공약을 내놨다.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 방과 후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와 지자체 유휴공간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지자체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늘봄학교 공약과 차이가 있다. 녹색정의당은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 50%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선 가장 난관으로 꼽히는 인력과 공간 확보 등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윤홍식 교수는 “늘봄학교 공약은 현실성과 행정 능력, 공약이 가져올 문제 등이 고려되지 않은 대표적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취지와 수혜 대상 간 불일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서 연구위원은 “국민의힘 공약인 아이돌봄서비스의 민간 영역 확대는 소득 계층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육아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인 과도한 사교육비에 대한 공약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녹색정의당에서 대학 상향 평준화와 학벌 차별 금지로 입시 경쟁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의 상향 평준화를 어떤 방식으로 달성할지 등은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민제 손지민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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