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준-고우석-최지만도 2군행에 좌절, 새삼 느끼는 '1526억 사나이' 이정후의 위력

안호근 기자 2024. 3.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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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박효준. /AFPBBNews=뉴스1
타율 0.477(44타수 21안타)에도 메이저리그(MLB)의 벽은 높았다. 박효준(28·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이 경이적인 맹타에도 1군 엔트리에 오르지 못했다.

오클랜드 구단 리포터 제시카 클라인슈미트는 27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박효준이 2024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박효준의 개막 엔트리 등록은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477 1홈런 9타점, 출루율 0.478, 장타율 0.659, OPS(출루율+장타율) 1.137로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뽐냈다.

이에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박효준은 이번 캠프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빅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 중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라며 칭찬했고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지난 25일 박효준이 26인 개막 로스터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스프링캠프 논-로스터(non-roster) 초청선수로 합류해 최고의 타격 성적을 낸 박효준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는 선수층이 탄탄하지 않은 팀으로 2년 연속 100패를 떠안았다. 2루와 유격수를 오가는 박효준이 이같이 엄청난 타격감을 보여줬기에 개막 엔트리 승선은 당연해보였기에 더욱 뼈아픈 결과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불펜 투수 고우석.
박효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2+1년 450만 달러(60억원) 계약을 맺고 빅리그의 꿈에 다가간 고우석(26)도 26인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고우석의 개막전 로스터 불발에 대해 "고우석은 그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내게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불펜 투구를 지켜보며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꼈다"며 "나와 A.J.프렐러 단장, 투수 코치와 함께 스프링캠프 때부터 고우석의 불펜 연습을 지켜봤고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6차례 등판해 5이닝 동안 승리 없이 2패, 11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9실점(7자책), 평균자책점(ERA) 12.60으로 부진했다.

고우석은 트리플A 팀 엘파소 치와와스가 아닌 더블A 팀인 샌안토니오 미션스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엘파소 구단이 속한 곳은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로 예로부터 타자 친화 구장으로 악명 높은 리그다. 지난해 퍼시픽 코스트 리그 평균자책점은 5.69로 엘 파소 구단은 그중에서도 6.52로 가장 높았던 반면 샌안토니오가 속한 더블A 텍사스 리그는 지난해 리그 ERA 4.79로 상대적으로 투수 친화적인 리그다. 샌안토니오의 지난해 팀 ERA 4.27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BA의 파크 팩터 통계에서도 샌안토니오의 홈구장은 리그 평균보다 6점이 덜 나왔고, 홈런은 62개로 10개 팀 중 최저였다.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뿌리고 있는 고우석.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이 타자 친화적인 환경에서 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A.J.프렐러 사장은 "(고우석과) 우리는 약속을 했다. 우린 그에게 꼭 맞춰주려 한다. 2021년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고우석에게도 학습 곡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김하성도 첫해에는 메이저리그 경기 스타일에 익숙해져야 했고, 고우석도 그런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최지만(33·뉴욕 메츠)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인천 동산고 졸업 후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국제 선수 자유 계약을 맺고 MLB 도전을 택한 그는 긴 마이너 생활을 거친 끝에 2016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지난해까지 6팀을 거치며 통산 525경기 타율 0.234, 67홈런 238타점 OPS 0.764를 기록했다.

이후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탬파베이 레이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디에이고 등 6팀을 거치며 주로 우투수 상대 플래툰 시스템 속에 기회를 얻었고 클럽하우스 분위기메이커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지난 시즌 후 FA가 된 최지만은 지난달 17일 뉴욕 메츠와 MLB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있고 개막전 로스터 진입 시엔 퍼포먼스 보너스 포함 1년 총액 350만 달러(46억원) 규모의 스플릿 계약을 체결했다. 1군 합류를 위해선 시범경기에서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최지만은 부진했다. 타율 0.189(37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OPS 0.642에 그쳤다. 계약 당시 최지만의 에이전시 GSM은 일본프로야구(NPB) 3개 팀으로부터 달콤한 오퍼도 있었지만 최지만이 MLB 잔류를 바라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시 힘겨운 마이너리그 생활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최지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유독 힘겨운 코리안리거들의 행보다. 그렇기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MLB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뛰어난 성적으로 증명하거나 몸값이 매우 높아야 한다. 성적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몸값이 높으면 그에 걸맞은 기회를 부여받기 마련이다. 부진에 빠진 고우석과 최지만의 엔트리 탈락은 당연한 결과다. 다만 박효준이 뛰어난 성적에도 아쉽게 밀려난 이유는 그보다 더 우선적으로 기회를 부여해야 할 높은 몸값의 선수들에 밀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정후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MLB에 도전하는 선수일 뿐이다. 그러나 위상 자체가 다르다. 6년 1억 1300만 달러(1526억원)이라는 포스팅 시스템 역사상 아시아 야수 최고 금액의 대우를 받고 큰 기대를 모으며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더 대단한 건 벌써부터 성적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2도루,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 0.911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뛰며 통산 타율 1위(0.340)에 오를 만큼 정교한 타격 능력을 뽐냈던 이정후는 일찌감치 낮은 헛스윙률과 높은 컨택트율로 빅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시범경기부터 증명해낸 것이다. 몸값은 높고 성적도 좋으니 1군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한다고 해서 절망할 건 없다. 1군 엔트리 내 경쟁자들이 부진할 경우 박효준은 1순위 콜업 후보로 분류될 것이고 고우석도 여전히 기대가 높은 만큼 적응기를 거친 뒤엔 1군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성적과 무관하게 보장된 기회를 받을 기회는 사라졌다. 워낙 뛰어난 성적으로 고액 계약을 이끌어낸 이정후지만 익숙지 않은 투수들 사이에서도 처음부터 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열매는 상당히 달콤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오른쪽)가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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