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14개 VS 日 142개… 주가 10배 뛴 ‘텐배거’ 기업 조사해보니

이혜운 기자 2024. 3.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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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년간 주가 10배 이상 치솟은 양국 기업 조사해보니

일본 규동(소고기덮밥) 체인점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홀딩스,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레이저텍’, IT 기업 ‘라인 야후’,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

지난달 22일 34년 만에 사상 최고를 경신한 일본 주식시장에서 그간 소위 ‘텐배거(Ten bagger, 10배 상승한 종목을 가리키는 말)’를 달성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지탱해온 주식들이다.

본지는 27일 같은 기간 한일 주식 시장을 비교해 보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함께 1989년 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텐배거’를 달성하면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기업을 조사해 봤다. 1위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1989년 1월 4일 342원에서 지난 18일 7만2800원을 기록하며 213배 상승했다. 26일 종가도 7만9900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위는 제약그룹 ‘한미사이언스’, 3위는 인테리어 기업 ‘동화기업’, 4위는 제약회사 ‘유한양행’이었다.

그래픽=백형선

◇텐배거 종목 日 142개 대 韓 114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34년간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일본 기업 ‘텐배거’는 142개에 달했다. 텐배거란,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사용한 말로 ‘10배 수익률’을 올리는 대박 종목을 말한다.

그 기간 동안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 이미지가 강했지만, 경쟁력을 가진 신흥 기업을 중심으로 증시를 탄탄히 받치고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위에 언급된 상위 4종목 외에도 잡화점 돈키호테로 유명한 ‘팬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5위), 일본판 이케아 ‘니토리 홀딩스’(6위) 등이 있다.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일본은 경기 침체 기간에도 지배 구조 개혁과 사외이사 제도 개선 등으로 꾸준히 기업 가치를 개선해 왔다”며 “정부도 경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줬다. 특히, 2012년부터 시행된 아베노믹스 중 주주 친화 정책 기조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일본 증시 상승의 배경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3월 결산하는 일본 2300개 상장기업의 주주 환원(배당금 및 자사주 매입) 총액은 약 25조2000억엔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백형선

같은 기간 한국 주식 시장의 ‘텐배거’를 뽑아 봤더니 114곳으로 일본보다 적었다. 삼성전자, 한미사이언스, 동화기업, 유한양행 등 상위 4곳에 이어 배터리 소재 기업 엘앤에프가 5위, DB손해보험이 6위였다.

두 나라 모두 업종별 1위 기업들이 대부분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선도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업계 1등이라는 점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를 버틴 건 신흥 중견 기업

다만 일본에선 도요타·소니 같은 대기업이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의 상위권에 없었다. 한국 1위가 삼성전자인 것과는 대비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신흥 중견기업들의 진전이 주가 상승의 지속력을 유지했다”며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 이후, 일부 일본 대기업들이 부실채권 처리 지연 등으로 증시 성장의 발목을 잡았지만, 강한 성장 의지를 가진 신흥 기업 경영자들을 해외 투자자들이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 자산운용사인 베일리기포드가 1985년부터 운용 중인 투자신탁 신닛폰 담당자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야심 있는 창업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며 매년 일본을 방문해 고성장 기업을 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지난 30년간 고도의 산업화 정책과 기술 개발로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이룩했고, 그 결과 자동차·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해왔다”며 “일본 역시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버블 붕괴 이후 200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 전략으로 서비스 산업 발전을 꾀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본의 주가 상승률 상위권 중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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