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졸속黨의 최후

김동현 기자 2024. 3.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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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모두가 만드는 당' 당 로고/kanaloco.jp

일본 도쿄지법은 지난 14일 ‘모두가 만드는 당’에 파산 개시 명령을 내렸다. 앞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으로 출범, 공영방송 NHK의 비리를 폭로하며 화제를 모은 이 정당은 ‘제3지대’ 정당의 활약을 기대한 유권자들의 호응으로 2019년 의석 수 1석을 얻고 국회에 입성했다. 일본 국민 상당수가 평소 수신료 징수 문제 등으로 NHK에 반감을 품고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결과였다. 유권자들은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제1 야당 입헌민주당의 기득권 구도 속 ‘NHK 타파’란 단일 쟁점으로 국회에 진출한 이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가 무색하게 공식 출범 5년 만에 파산이라는 파국을 맞이한 것. 원인은 당명과 대표직을 두고 벌어진 내부 분열에 있었다. 지난해 3월 다치바나 다카시(57) 당시 대표가 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제명된 문제로 사퇴했고, 아역 배우 출신 오츠 아야카(32)가 후임에 올랐다. 오츠는 ‘반(反)NHK’란 당색을 버리고 여성권 정당으로의 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다치바나가 옛 집행부 임원 등을 이끌고 자신이 만든 당에 직접 채권자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주장한 부채 총액은 약 11억엔(약 97억원). 오츠 측은 다치바나가 과거 지지자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무계획적으로 낭비했고, 오츠의 당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자 이제 와서 그때의 지지자들을 모아 ‘채권자 파산신청’이란 억지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대표가 됐을 땐 이미 당 예산이 바닥나 파산 신청에 무력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츠는 당을 해산하지 않고 항고해 사태를 타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임 대표 편이던 소속 의원들이 모두 당을 떠나 정상적인 정치 활동은 불가능해졌다. 제3지대 탄생이란 국민 기대를 안고 국회에 진출했으나 내부 팀워크도, 정당을 이끌 리더십도 없었던 ‘졸속당’의 최후였다. 제3지대 정당의 활약을 기대한 일본인들은 재차 기성 정당이라는 ‘박힌 돌’에 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양당 구도를 깨겠다’는 제3지대 정당들이 이번 총선에 나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대표적이다. 제3지대 범주에 넣긴 애매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혁신당도 있다. 몇 석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들 정당은 총선에서 저마다 당선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의 극한 대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실속 있는 제3지대의 탄생’을 기대하며 표를 던지는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당들이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과거 제3지대 정당들이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된 역할은 못 하고 소리 소문 없이 거대 정당에 흡수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양당 체제 대결 정치를 극복하겠다는 제3 정당이 일본 사례처럼 또 한 번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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