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국어과 경쟁률 8대1… 고급 한국어 교재는 없다네요

유석재 기자 2024. 3.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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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고품격 한국어’ 펴내

지난해 6월,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열린 유럽한국학회(AKSE)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광진(69) 성균관대 명예교수(중문학)는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온 교수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중국어과는 미달이고 일본어과는 간신히 정원을 채울 지경인데, 한국어과 경쟁률은 8대1이나 된다.” ‘K컬처’의 위세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전 교수는 또 다른 얘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 “초급 한국어 교재는 넘치는데 상급 교재가 마땅한 것이 없다.”

'고품격 한국어'를 쓴 전광진 교수는 "지금까지 이렇게 사자성어와 속담을 풀이한 책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없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한자(漢字) 교육의 대가(大家)가 고급 한국어 교재를 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아는 외국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구사의 품위를 높이기 위한 ‘고품격 한국어’(속뜻사전교육출판사)다. 문자학을 전공한 전 교수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일보에 ‘생활한자’를 3317회 연재했으며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 등으로 한자 교육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번엔 한국어 교재라고?

전 교수는 “한자 교육이란 것은 결국 우리말을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4개 자모로 이뤄진 한글 덕분에 초급 단계에서는 대단히 배우기 쉽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한국어입니다.”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인 데다,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하려면 한자어 중에서도 사자성어를 익혀야 하며, 속담 역시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품격을 높여 주고 받쳐 주는 두 기둥이 바로 사자성어와 상용 속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어문회가 선정한 2~8급 한자로 사자성어 424개를 선별해 글자 하나하나를 우리말과 영어로 풀이하고 그 속뜻을 밝혔다. 예를 들어, ‘철두철미(徹頭徹尾)’란 사자성어는 ‘From the beginning[頭] to the end[尾], everything is checked[徹]’라 풀이한 뒤 ‘전혀 빼놓지 않고 샅샅이(All the way through without missing anything)’라는 속뜻을 풀이했다. 부록에선 부귀재천(富貴在天), 불구대천(不俱戴天) 등 끝말 짝짓기와 십중팔구(十中八九)→구사일생(九死一生)→생불여사(生不如死) 같은 끝말잇기도 시도했다.

속담은 빈도 높은 240개를 뽑아 깊게 풀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우선 ‘Will the elaborately built tower collapse?’라고 1차적인 풀이를 한 뒤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한 일은 그 결과가 반드시 헛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며 한국어와 영문으로 속뜻을 밝혔다. 이어 이것은 영어 속담의 ‘Steady work overcomes all things(꾸준하게 일하면 모든 것을 이겨낸다)’와 통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K컬처’ 열풍 속에서 한국어의 품격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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