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국어과 경쟁률 8대1… 고급 한국어 교재는 없다네요
지난해 6월,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열린 유럽한국학회(AKSE)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광진(69) 성균관대 명예교수(중문학)는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온 교수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중국어과는 미달이고 일본어과는 간신히 정원을 채울 지경인데, 한국어과 경쟁률은 8대1이나 된다.” ‘K컬처’의 위세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전 교수는 또 다른 얘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 “초급 한국어 교재는 넘치는데 상급 교재가 마땅한 것이 없다.”
‘한자(漢字) 교육의 대가(大家)가 고급 한국어 교재를 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아는 외국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구사의 품위를 높이기 위한 ‘고품격 한국어’(속뜻사전교육출판사)다. 문자학을 전공한 전 교수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일보에 ‘생활한자’를 3317회 연재했으며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 등으로 한자 교육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번엔 한국어 교재라고?
전 교수는 “한자 교육이란 것은 결국 우리말을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4개 자모로 이뤄진 한글 덕분에 초급 단계에서는 대단히 배우기 쉽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한국어입니다.”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인 데다,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하려면 한자어 중에서도 사자성어를 익혀야 하며, 속담 역시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품격을 높여 주고 받쳐 주는 두 기둥이 바로 사자성어와 상용 속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어문회가 선정한 2~8급 한자로 사자성어 424개를 선별해 글자 하나하나를 우리말과 영어로 풀이하고 그 속뜻을 밝혔다. 예를 들어, ‘철두철미(徹頭徹尾)’란 사자성어는 ‘From the beginning[頭] to the end[尾], everything is checked[徹]’라 풀이한 뒤 ‘전혀 빼놓지 않고 샅샅이(All the way through without missing anything)’라는 속뜻을 풀이했다. 부록에선 부귀재천(富貴在天), 불구대천(不俱戴天) 등 끝말 짝짓기와 십중팔구(十中八九)→구사일생(九死一生)→생불여사(生不如死) 같은 끝말잇기도 시도했다.
속담은 빈도 높은 240개를 뽑아 깊게 풀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우선 ‘Will the elaborately built tower collapse?’라고 1차적인 풀이를 한 뒤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한 일은 그 결과가 반드시 헛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며 한국어와 영문으로 속뜻을 밝혔다. 이어 이것은 영어 속담의 ‘Steady work overcomes all things(꾸준하게 일하면 모든 것을 이겨낸다)’와 통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K컬처’ 열풍 속에서 한국어의 품격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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