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대외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이 나아갈 길

조민희 기자 2024. 3.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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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선복량 기준 세계 2위 머스크(덴마크)와 세계 5위 하팍로이드(독일)가 새로운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을 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린 글로벌 선사들이 침체기를 맞아 이합집산과 다양한 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글로벌 전문가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제미니 협력의 탄생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 관련 업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었기에 HMM의 앞길에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을 우려했다. HMM은 디얼라이언스 소속인데 이 해운동맹에서 하팍로이드는 가장 큰 선복량을 갖고 있는 선사이다. HMM은 요동치는 글로벌 해운동맹 속에서 살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HMM은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로 그 역할과 임무가 막중하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선복량이 부족해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애를 먹을 때 그나마 국적선사가 있었기에 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선적공간을 내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해운동맹 재편이라는 파도에 HMM 역시 순항하기 쉽지 않다. HMM이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항만업계 전문가의 의견은 대체로 ‘HMM의 현재 규모나 위상 모두 애매하다’는 데 일치한다. 더욱이 ‘매각’이라는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미니 협력은 최근 운항 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아시아~유럽 항로 기항지에서 부산항을 제외하고 현재 기항지를 통폐합해 19개 기항지와 4개의 환적 허브를 운영하는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부산항은 허브항에서 피더항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제미니협력은 부산항의 주력 항로인 아시아~북미항로에 중국 칭다오항을 새로 추가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칭다오항은 부산항과 경쟁관계로 칭다오항의 환적물동량 비중에 따라 부산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부산항의 환적물동량 비중은 53%가 넘는다.

이는 당장 환적화물 격감과 항만연관산업의 악재로 나타날 수 있다. 벌써부터 항만연관산업계는 우려를 나타내며 항만당국을 쳐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항지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선박 몇 척이 줄어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부산항과 관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너무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겠지만 제미니협력을 비롯한 해운동맹 재편상황과 글로벌 선사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수출입 관문이다. 한국은 대외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높지만 제조국으로서의 위상은 갈수록 줄고 있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항만의 위상을 결정하고 선사를 끌어들이는 유인책은 ‘물동량’이다. 국가의 수출입 물동량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수출입 물동량을 결정하는 인구와 경제규모 등을 단시간에 키우는 것은 어렵다. 결국 부산항과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이 시간적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효율성이 높다.

홍해 리스크로 급등했던 해운운임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일시적 이슈가 끝나면서 글로벌 해운 시황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해운 침체기나 해운동맹 재편시기에도 부산항은 그간 저력을 보여주며 건재했지만 언제까지나 지리적 이점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올라선 동남아시아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고 글로벌 선사 간 치킨게임은 또 언제 다시 재연될지 모른다.


부산항과 HMM의 상황을 따로 설명했지만 결국 부산항의 환적항만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국적선사의 위상을 높이고 규모를 키우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터미널 통합, 신·북항 기능 개편, 항만 자동화 등 그간 미뤄왔던 부산항의 해묵은 숙제를 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한진해운의 부도와 함께 잃어버린 해운시장 내 주도권을 다시 찾기 위해 국적선사를 비롯한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에 나서야 한다. 이번 때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민희 해양수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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