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정전 후 방향 잃고 충돌…“SOS가 대형 참사 막아”

이정민 2024. 3. 27. 23: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어제 발생한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 사고, 2명은 구조됐는데 실종자 6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 선박이 교각과 충돌하기 전에 조난 신호를 보냈는데, 신속하게 교통이 통제되면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볼티모어 현지를 연결합니다.

이정민 특파원, 사고 현장에 나가 있죠?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저는 지금 사고가 난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바로 앞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이곳 시간이 오전 10시를 조금 넘겼는데요.

밤새 중단됐던 실종자 수색 작업이 날이 밝으면서 재개됐습니다.

현재까진 이미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실종된 6명의 행방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사고가 난 다리도 강물 윗쪽 대부분이 끊어진 상태로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실종자들의 신원은 확인이 됐나요?

[기자]

실종자 6명은 사고 당시 다리 위 도로의 패인 곳을 메우는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끊기며 강물로 추락한 뒤 실종됐는데요.

모두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멕시코 등 남미 출신 건설 노동자들이라고 이들 나라의 외교부와 주미대사관이 확인을 했습니다.

[앵커]

현재까지 사고 원인, 어떻게 밝혀지고 있습니까?

[기자]

사고 선박은 당국의 조사에서 배의 동력에 이상이 생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출항 약 30분 만에 동력을 잃었고 방향 제어가 어려워진 상태였다는 겁니다.

실제 CCTV를 보면 사고 4분 전, 다리에 접근하는 선박 불이 모두 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전이 반복되면서 선박은 정상항로를 점점 벗어났습니다.

선박이 교량에 충돌하고 다리는 20초 만에 엿가락 휘어지듯 무너져 내렸습니다.

3만2천 톤 급, 길이가 290미터나 되는데다 컨테이너를 5천 개 가까이 실은 선박이 시속 15km 가까운 속도로 들이받은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강철 트러스 구조로 지어진 다리의 상판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서 교량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전문가의 진단 들어보시죠.

[데이빗 나잇/구조공학 전문가 : "교각 위 상판에 단절이 없는 구조입니다. 상판 전체가 하중을 분산해서 지탱하는 겁니다."]

[앵커]

동력이 갑자기 상실됐다면 배 자체에 결함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기자]

아직 조사가 초기 단계여서 정확히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고를 낸 선박은 지난해 6월 칠레에서 추진과 보조기계에 결함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해당 선박은 싱가포르 선적인데, 이에 대해 싱가포르 해양당국은 경미한 문제로 조치가 취해졌고 두 번에 걸친 검사도 모두 통과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 선박이 2016년에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터미널을 빠져나가다 부두에 부딪힌 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7년 완공된 이 다리 자체의 안전 장치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 테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조사 당국은 사고 원인이 테러라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밝혔습니다.

[앵커]

초기엔 실종자 규모가 20명에 이를 거란 보도도 나왔는데 그보다는 실종자 규모가 적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기자]

사고 시간이 일단 현지 시각 새벽이었습니다.

실종자들이 모두가 운전자가 아닌 다리 위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었고요.

여기에다 사고 선박이 충돌 1-2분 전에 조난 신호를 보냈는데 교량 양쪽에서 차량 통제가 이뤄지면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볼티모어항이 속한 메릴랜드의 주지사 발언 들어보시죠.

[웨스 무어/메릴랜드 주지사 :"많은 차량이 다리에 들어서기 전 멈춰 섰습니다. 정말 영웅적인 방식으로 생명을 구한 겁니다."]

[앵커]

볼티모어항은 미국 최대 자동차 관문이라고 합니다.

향후 운송에도 타격이 있을 거 같은데요?

[기자]

배들이 바다 쪽으로 나가야 하는 입구를 부서진 다리가 막아버린 셈이 돼서 현재 항구 운영은 무기한 중단된 상탭니다.

이곳 볼티모어항은 미국 내에선 9번째로 물동량이 많고 특히 자동차 수출입이 미국 내 1위입니다.

당장 이리로 와야 할 배들이 다른 항구로 몰리게 돼 운송에 더 시간이 걸리고 운임 상승도 예상됩니다.

미국 정부는 전방위적 복구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연방 정부가 다리 재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것입니다. 의회도 저의 노력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볼티모어항을 직접 이용하진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볼티모어 사고 현장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웅/자료조사:이세영 이수아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정민 기자 (mani@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