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인기는 아무도 못말려”…52억에 내놓자 덜컥 팔렸다는데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3. 2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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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가보니
블루칩 작가들 작품은 완판
하나도 못판 갤러리 수두룩
불황에 보수적 투자 뚜렷해
대박 아님 쪽박으로 양극화
일부 갤러리는 할인 공세도
‘아트바젤 홍콩 2024’가 개막한 26일(현지시간) 홍콩컨벤션센터에서 390만달러(약 52억3770만원)에 판매된 구사마 야요이의 2013년작 ‘호박’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홍콩 = 송경은 기자]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2024’에서 오픈런이 사라졌다. 26일(현지시간)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VIP 프리뷰는 작년보다 한산했고, 한 작품도 팔지 못한 갤러리들이 속출했다. 관람객들 대부분 가볍게 작품 감상만 하거나 신중하게 구매 고민만 하다가 부스를 떠났다. 이날 리슨갤러리 관계자는 한 관람객이 가격을 듣고 망설이는 기색을 드러내자 “로컬 디스카운트(현지인 할인)를 해주겠다”고 적극적인 판매 공세를 펼쳤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불황을 모르던 홍콩 미술 시장에 짙게 드리웠다. 작년보다 갤러리가 37% 늘어난 40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여했지만, 판매 실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캔버스 찢기’로 유명한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들도 대거 걸렸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찢기’ 같은 대표작이 아니라는 이유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2개의 갤러리에서 각각 60만달러(약 8억580만원)에 선보인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로봇 작품 2점도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첫날 전시가 끝날 때까지 팔리지 않았다.

판매 부진 속에서도 불황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블루칩 스타 작가들의 작품은 속속 팔렸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는 윌렘 드 쿠닝의 ‘Untitled III’(1986)를 900만달러(약 120억8700만원)에 판매해 최고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필립 거스턴의 회화 작품 ‘The Desire’(1978)도 850만달러(약 114억1550만원)에 팔렸다.

26일(현지시간) VIP 프리뷰를 오픈한 ‘아트바젤 홍콩 2024’의 하우저 앤 워스 부스 한 편에 필립 거스턴의 ‘The Desire’(1978·오른쪽)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850만달러에 판매됐다. 왼쪽 뒤로 보이는 작품은 윌렘 드 쿠닝의 ‘Untitled III’(1986)으로 900만달러에 주인을 찾아 최고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홍콩=송경은 기자]
영국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는 첫날 설치 작품 ‘Where the Lights in My Heart Go’(2016) 등 구사마 야요이 작품 3점을 판매해 총 1100만달러(약 147억7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알민 레쉬가 출품한 야요이의 조형 작품 ‘호박(Pumpkin)’도 같은 날 오전 선판매를 통해 390만달러(약 52억377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조지 콘도의 작품도 곳곳의 갤러리에서 인기를 모았는데, 특히 2024년 신작 ‘Constructed Female Portrait’은 230만달러(약 30억8890만달러)에 판매됐다.

VIP 프리뷰에서만 387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하우저 앤 워스는 미술계 라이징 스타인 흑인 화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신작 ‘May the Lord be the first one in the car...and the last out’(2023)을 350만달러(약 47억50만원)에 판매했다. 흑인 거장 에드 클락의 2009년작 ‘Homage to the Sands of Springtime’도 이날 110만달러(14억773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화이트큐브는 린 드렉슬러의 회화 작품 ‘Plumed Bloom’(1967)을 120만달러(약 16억1160만원)에 팔았다.

미술품 컬렉터(수집가)인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는 “시장이 안 좋을 때는 컬렉터들 역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상황이 아니다 보니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고가인 작품을 무리해서 사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선에 있는 작품을 구매하고, 비슷한 가격대라면 가치가 확실히 입증된 스타 작가의 대표작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 작가 작품이더라도 고가 작품은 여러 차례 ‘홀딩(가예약)’ 됐다 취소되길 반복했다.

‘아트바젤 홍콩 2024’의 VIP 프리뷰가 열린 26일(현지시간) 페로탱 갤러리 부스에 이배 작가의 2023년작 ‘Brushstroke-10’과 ‘Brushstroke-11’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두 작품은 아트페어 첫날 각각 7만5000달러(약 1억72만원)에 판매됐다. [홍콩=송경은 기자]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아트페어에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 학고재, 조현화랑, PKM, 갤러리바톤, 우손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리안갤러리, 휘슬갤러리 등 국내 화랑 10곳이 부스를 차렸다. 역시 국제적 명성이 높은 한국 스타 작가 작품들이 주로 팔렸다. 리만 머핀이 선보인 이불 작가의 2024년 신작 ‘Perdu CXCIV’가 19만달러(약 2억5517만원)에 판매됐다. 조현화랑이 내놓은 이배 작가의 회화 2점과 조각 1점은 전시 오픈 1시간 만에 완판됐는데, 작품당 9만~12만달러(1억원대) 가격에 인도의 한 컬렉터가 한 번에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로탱 갤러리를 통해 출품된 이배 작가의 회화 연작 ‘Brushstroke’(2023) 2점도 각각 7만5000달러(약 1억72만원)에 판매됐다.

국내 갤러리들 역시 실적 양극화를 보였다. 국제갤러리는 김윤신, 양혜규, 이기봉, 강서경, 줄리안 오피, 다니엘 보이드, 이희준 등의 작품이 두루 판매돼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시장 입구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전시장 입구를 장식하는 대형 설치)’ 참여작인 양혜규의 설치 작품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십이각 금 반듯 엮기’(2022)도 1억원대에 팔렸다. 반면 국내 일부 갤러리들은 첫날 ‘매출 0원’이라는 쓴 맛을 봐야 했다. 이날 회화 작품 4점을 판매하는 데 그친 학고재갤러리 관계자는 “확실히 작년보다 구매 문의가 적은 편”이라면서도 “정영주 작가 작품 2점은 ‘솔드 아웃’ 표시를 해놨는데도 계속해서 문의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개막한 ‘아트바젤 홍콩 2024’에 설치된 양혜규 작가의 설치 작품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십이각 금 반듯 엮기’(2022). VIP 프리뷰가 열린 이날 약 7만유로(약 1억186만원)에 판매됐다. [홍콩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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