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인기는 아무도 못말려”…52억에 내놓자 덜컥 팔렸다는데
블루칩 작가들 작품은 완판
하나도 못판 갤러리 수두룩
불황에 보수적 투자 뚜렷해
대박 아님 쪽박으로 양극화
일부 갤러리는 할인 공세도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불황을 모르던 홍콩 미술 시장에 짙게 드리웠다. 작년보다 갤러리가 37% 늘어난 40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여했지만, 판매 실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캔버스 찢기’로 유명한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들도 대거 걸렸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찢기’ 같은 대표작이 아니라는 이유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2개의 갤러리에서 각각 60만달러(약 8억580만원)에 선보인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로봇 작품 2점도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첫날 전시가 끝날 때까지 팔리지 않았다.
판매 부진 속에서도 불황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블루칩 스타 작가들의 작품은 속속 팔렸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는 윌렘 드 쿠닝의 ‘Untitled III’(1986)를 900만달러(약 120억8700만원)에 판매해 최고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필립 거스턴의 회화 작품 ‘The Desire’(1978)도 850만달러(약 114억1550만원)에 팔렸다.
VIP 프리뷰에서만 387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하우저 앤 워스는 미술계 라이징 스타인 흑인 화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신작 ‘May the Lord be the first one in the car...and the last out’(2023)을 350만달러(약 47억50만원)에 판매했다. 흑인 거장 에드 클락의 2009년작 ‘Homage to the Sands of Springtime’도 이날 110만달러(14억773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화이트큐브는 린 드렉슬러의 회화 작품 ‘Plumed Bloom’(1967)을 120만달러(약 16억1160만원)에 팔았다.
미술품 컬렉터(수집가)인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는 “시장이 안 좋을 때는 컬렉터들 역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상황이 아니다 보니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고가인 작품을 무리해서 사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선에 있는 작품을 구매하고, 비슷한 가격대라면 가치가 확실히 입증된 스타 작가의 대표작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 작가 작품이더라도 고가 작품은 여러 차례 ‘홀딩(가예약)’ 됐다 취소되길 반복했다.
국내 갤러리들 역시 실적 양극화를 보였다. 국제갤러리는 김윤신, 양혜규, 이기봉, 강서경, 줄리안 오피, 다니엘 보이드, 이희준 등의 작품이 두루 판매돼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시장 입구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전시장 입구를 장식하는 대형 설치)’ 참여작인 양혜규의 설치 작품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십이각 금 반듯 엮기’(2022)도 1억원대에 팔렸다. 반면 국내 일부 갤러리들은 첫날 ‘매출 0원’이라는 쓴 맛을 봐야 했다. 이날 회화 작품 4점을 판매하는 데 그친 학고재갤러리 관계자는 “확실히 작년보다 구매 문의가 적은 편”이라면서도 “정영주 작가 작품 2점은 ‘솔드 아웃’ 표시를 해놨는데도 계속해서 문의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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