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여권 발급비 줄어든다…‘숨은 조세’ 부담금 폐지·감면

이호준 기자 2024. 3. 2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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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1개 항목 중 32개 손봐
전력기금·출국납부금 등 인하
세수 연 2조 줄어 ‘재정 부담’
국민 체감 1만원선
기업은 300억대

출국납부금이나 영화입장권 부과금 등 법정 부담금 91개 중 32개가 폐지 또는 감면된다. 2002년 부담금 관리체계 도입 후 처음 실시되는 전면 정비로, 연간 2조원 수준의 부담금이 경감된다.

하지만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 등 기업친화적 부담금 정비가 두드러지는 데다 별도의 재원 충당 대책도 없어, 줄어든 부담금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메꿔야 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해 공공주체가 조세 외에 부과하는 금액으로 준조세로 불린다. 2022년 말 기준 91개 항목에서 22조400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다.

이번 방안은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부담금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지 두 달여 만에 나온 것으로, 정비 대상 부담금 91개 중 18개가 폐지되고 14개가 감면 대상에 포함됐다.

우선 전력기금 부담금 요율은 현행 3.7%에서 2.7%까지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기업 부담이 9000억원가량 경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4인 가구 기준 연 8000원의 부담금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민 생활 밀접 분야에서도 8개 부담금이 사라지거나 줄어든다.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이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4000원 인하된다. 출국납부금 면제는 현행 2세에서 12세로 확대된다.

영화입장권의 3%를 차지하는 입장권 부과금은 폐지된다. 입장권이 1만원인 경우 300원, 1만5000원인 경우 500원가량 부담금이 줄어든다.

천연가스(LNG)에 부과되는 석유수입 부과금은 30%가량 인하되고, 자동차보험료에 포함되는 자동차사고 피해지원분담금도 50% 감면된다.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요금·가격 등을 통해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부담금 11개도 정비된다.

학교 신설 수요 감소에도 분양사업자에게 지속 부과되던 부담금(분양가격의 0.8%)이 폐지되고, 개발사업시행자에게 부과하는 개발부담금(개발이익의 20% 또는 25%)은 올해 한시적으로 감면된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영세자영업자만 50% 인하하고, 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폐기물처분부담금 감면 기준 매출액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한다.

정부는 이번 정비를 통해 연간 2조원의 부담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비 대상 부담금 32개(9조6000억원)의 21% 수준이다. 이처럼 다수 부담금이 폐지 또는 감면되면서 부담금을 재원으로 한 사업들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별도의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부담금만 폐지해 기존 충당금부터 다른 기금의 전용, 일반 정부 재정 투입까지 가용한 방안이 모두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금 감면에 따른 재원 부족분을 일반 재정에서 끌어올 수 있다는 의미여서, 경기침체로 약화된 재정 여건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담금 정비 내용이 국민보다는 기업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부담금 정비의 경우 1만원 안팎인 데 비해 학교용지부담금(연 3598억원),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2024년 3082억원) 등 기업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부담 완화 효과는 더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보더라도 이번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요율 인하로 300억원대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덜 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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