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AI·모빌리티·친환경 등 新사업 육성"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 3년간 투자하는 68조원 대부분을 연구개발과 미래기지 설비, 인수합병(M&A) 등 전략 투자에 쓰기로 했다. LG그룹도 5년간 투자하기로 한 100조원 중 절반을 인공지능(AI), 바이오, 배터리 등 미래 신사업 육성에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27일 발표한 '2026년까지 3년간 국내 68조원 투자' 계획을 세분화하면 연구개발(R&D) 31조1000억원, 경상투자 35조3000억원, 전략투자에 1조6000억원을 각각 집행하기로 했다. 연 평균 22조7000억원 규모로 작년(17조5000억원) 대비 30% 증액된 규모다.
R&D에는 제품 경쟁력 향상뿐 아니라 전동화,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배터리 기술 내재화 체계 구축 등으로 전체의 46%가 투자된다.
경상투자는 연구 인프라 확충, 전기차(EV) 전용공장 신증설, 계열사 동반투자, GBC 프로젝트, IT 역량 강화 등에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올 2분기 기아 광명 EVO 플랜트를 완공하고 소형 전기차 EV3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EVO 플랜트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를 생산한다.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에서는 2026년 1분기부터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 양산을 시작한다. 전략투자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SW), 자율주행 등 핵심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투자 등에 활용된다.
고용의 경우 8만명 채용 규모 중 미래 신사업 추진에 절반 이상인 4만4000명을 투입한다. 여기에는 전동화, SDV, 탄소중립, R&D·사업 수행, GBC 프로젝트(현대차그룹 신사옥) 등이 해당된다. 이 외에 사업확대·경쟁력 강화에 2만3000명, 고령인력 재고용 차원에서는 1만3000명을 각각 채용하기로 했다.
LG는 앞으로 5년간 투자하기로 한 100조원 중 55%를 R&D에 국내 투자해 핵심소재 연구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 핵심기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사업별로는 50조원 이상을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의 미래 기술 분야와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미래성장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50조원은 기존 주력사업인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분야 등에 쓸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주력사업인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분야 등에도 50조원 이상을 투자,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
LG 관계자는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성장동력인 AI, 바이오, 클린테크의 핵심은 기술이고, 한국에서 미래성장동력 분야 최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기지,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 메카를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대규모 국내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날 권봉석 ㈜LG 부회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주력 사업은 전후방 산업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사업 전반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는 단단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며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하고 미래 사업은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 지난 2022년 5년간 투자하기로 한 450조원 중 80%(360조원)을 국내에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제 위탁생산),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정보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해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생태계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SK그룹도 2022년 총 247조원, 국내에만 179조원(70%)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AI, DT(디지털전환)과 함께 반도체·반도체 소재에만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142조원)을 쓰기로했다.
이처럼 대기업 총수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한국을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는 동시에, 국내 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내수를 증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중국 시장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국·유럽·인도 등과 함께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교두보로 삼고, 일자리 창출도 현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에 힘을 보태기 위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다양한 신사업은 물론 기존 핵심사업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으로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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