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회의 룰 개정 추진···노조 “류희림 독재 꿈꾸나” 비판

박채연 기자 2024. 3. 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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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을 비롯해 방심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제6차 정기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회의 진행과 소위원회 구성 관련 규칙을 개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일방적 회의 진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방심위 전략기획팀은 지난 12일 타 부서에 ‘방심위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과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 등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개정 규칙안은 위원장이 위원 간 발언 시간을 균등하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엔 회의를 중지하거나 폐회를 선포할 수 있는 권한도 위원장에게 부여했다. 개정안에는 위원장이 회의일 자정까지 폐회를 선포하지 못한 때에는 회의가 자동으로 종료된 것으로 본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규칙안’은 4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도 다수결 의결이 가능하도록 완화된 의결 요건을 포함하고 있다. 현행 규칙안에선 소위 위원이 5인일 경우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이, 5인 미만일 경우 ‘3분의 2 이상 출석과 전원 찬성’이 의결 요건으로 요구된다. 이번 개정규칙안은 ‘5인 미만’을 ‘3인 이하’로 완화한다.

이번 개정안이 여야 추천 방심위원 수가 6대 2인 상황에서 류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들에게 유리한 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는 ‘합의제 기구’인데 위원장이 위원들 발언을 통제하고 특정 발언을 ‘회의 진행에 방해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류 위원장이 본인의 청부민원 의혹을 제기하는 위원들의 발언을 제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의장 질서 유지 명목으로 해당 위원들에게 경고나 제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자의적 기준을 내세워 일방적인 의결에 제동을 거는 회의를 즉각 폐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정회된 회의가 자정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폐회되도록 한 개정안에도 뒷말이 나온다. 앞서 류 위원장은 야권 위원들이 제기한 ‘청부민원 의혹’ 관련 안건을 회의가 산회했다는 이유로 폐기했는데, 이에 대한 규정을 사후에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4인 소위원회’의 의결 요건 완화도 여권 추천 위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방송소위는 여야 위원 4대 1로 이뤄져 야권 위원 1인을 포함해 4인 이상이 소위에 참여할 경우 전원이 찬성할 때 의결이 가능하다. 개정안은 소위에 야권 위원 1인을 포함한 4인이 참여하더라도 다수인 여권 위원들의 의사를 밀어붙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방심위지부는 “(5인 미만일 경우 3분의 2 이상 출석과 전원 찬성이라는 의결 조건은) 소수의 편향된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것을 막고자 초기의 방심위가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야권 위원 1~2명이 위원장 의사에 ‘훼방’을 놓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지부는 “(이번 개정안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 합의제 기관의 설치 목적을 부정하고, 방심위를 사실상 독임제화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류 위원장은 내부 규칙 개정을 통해 다른 위원들에 대한 ‘입틀막’ 조치를 상시적으로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방심위는 “아직은 규칙 개정 기초단계이기 때문에 개정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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