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밸류업 문구 금지"… 운용사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신하연 2024. 3.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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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밸류업' 문구 사용 금지령에 자산운용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운용사들은 주식시장의 대세 키워드인 '밸류업'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중이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부 신규 상품 제안서 준비를 마친 운용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통상 ETF 심사 신청부터 승인 단계까지는 적어도 2~3달가량 소요되는데, 당국이 제동을 건 이상 3분기에 지수가 나와봐야 비로소 설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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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정책 따른 ETF 등 오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有
펀드 명칭·홍보 등에 사용 안돼
관계자 "상품 설계 백지됐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밸류업' 문구 사용 금지령에 자산운용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운용사들은 주식시장의 대세 키워드인 '밸류업'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중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던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펀드 명칭이나 투자전략, 펀드 홍보 등에 '밸류업' 문구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 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한 이후 일부 운용사가 자사 기업의 펀드나 ETF 상품의 '밸류업' 수혜 측면을 부각한 데 대한 일종의 구두 경고인 셈이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해당 펀드를 정부 정책에 따른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오인하게 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사실상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개발될 때까지 유사 상품의 출시를 자제하라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4월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을 검토 후 거래소는 3분기 중 지수개발을 마무리, 4분기에는 이를 추종하는 ETF를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국의 강경한 기조를 확인하면서 각 운용사는 그동안 자기자본이익률(ROE), 고배당, 저평가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의해왔던 관련 ETF 상품 검토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자산운용사 ETF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장기적인 측면으로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여러 고민을 거쳐 관련 상품 설계 단계에 있었는데 금감원의 경고로 백지가 됐다"며 "대부분 운용사의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밸류업 지수를 공개하기 전에 시장에 유사한 상품이 나올 경우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고 향후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에 당국에서 관리에 나섰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부 신규 상품 제안서 준비를 마친 운용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통상 ETF 심사 신청부터 승인 단계까지는 적어도 2~3달가량 소요되는데, 당국이 제동을 건 이상 3분기에 지수가 나와봐야 비로소 설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밸류업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과 별개로 실제 밸류업 지수가 개발 이후 국내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정부의 '지속성장 및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 노력' 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사실 일본이 개발한 JPX 프라임(Prime) 150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ETF의 성과가 기대보다 높지 않아 최근 당국과 업계에서 경계감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서 리포트를 통해 "프라임150 지수가 출시된 2023년 7월 초부터 최근까지 프라임150 지수의 수익률은 모지수인 프라임 지수나 일본의 종합 시장지수인 토픽스(TOPIX)의 성과에 못 미쳤다"고 진단했다.

도쿄거래소가 지난해 7월 내놓은 JPX 프라임 150 지수는 최초 설정된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2023년 말까지 최저 960포인트~최고 1060포인트선에서 등락하는 데 그쳤다.

올 1월부터는 반등에 성공, 1210포인트까지 상승하긴 했으나 이는 일본 증시 전반의 상승세에 따른 것이고, 밸류업 지수 자체의 개설 효과나 수급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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