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 한동훈'의 종북 때리기 메시지 망했다
현수막 사태, 손발 맞지 않은 여권 캠페인 총체적 난맥 드러내..."민생 의제 전환 못하고 중도층 관심없는 종북 메시지 올인하다 용산발 이슈로 엎어져"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국민의힘 총선 전략 메시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내세웠던 '운동권 청산론'은 일찌감치 색이 바라고 종북세력 때리기 역시 반응이 시원치 않아서다. 지지층 결집 효과는커녕 중도층 지지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론 대 정권심판론으로 선거 구도가 굳어지면 정권심판론이 희석될 것이라는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운동권 청산론 대상이 사라졌다. 민주당 내부 갈등 핵이면서 운동권 청산론 대상으로 떠올랐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문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자 급격히 탄력을 잃었다.
경제통(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과 운동권(임종석 전 실장) 맞대결이 어긋나면서 힘이 빠졌고,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대신 투입된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서울 마포을)는 '86 운동권 청산' 기조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지율 조사에서 현역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위 한동훈 위원장의 '자객 공천'이 힘을 잃으면서 운동권 청산론 역시 무력화된 모양새다.
종북세력 때리기도 민생 의제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종북세력 숙주' 프레임의 논평을 발표해왔고, 최근까지도 한동훈 위원장은 종북세력을 입에 올렸다. 지난 10일 한 위원장은 “부패세력들, 종북세력들이 이재명 대표 민주당을 숙주로 대한민국을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도 “종북 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종북세력 메시지가 민생을 멀리하고 낡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는 반론이 나왔다. 상대방을 향한 부정적 메시지 주입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전형적인 메시지 실패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동훈 위원장을 비판한 말은 상대 적진의 말로만 흘리기엔 뼈아픈 대목이 많다. 김 위원장은 “한동훈 위원장이 종북세력이 우리 사회 주류를 장악했다고 발언했다”면서 “73년생 한동훈답지 않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언어를 가지고 혁신 의제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했는데 “한가롭게 또 색깔론 타령”을 하고 오히려 58년생 정치인으로부터 “기후문제는 이제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전인류 문제”라는 충고를 들었다.
국민의힘에서도 메시지 전략 실패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북 관련 현수막 논란이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각 사무소로 내려간 '이 나라를 종북 세력에 내주지 말자'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한동훈 위원장이 직접 걸지 말라고 지시했다.
현수막 지침 번복 사태 배경은 부정적인 여론과 내부 반발에 있다. 국민의힘이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 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 게첩을 긴급 지시했다는 것은 26일 세계일보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그런데 세계일보는 익명의 정치컨설턴트 말을 인용해 “'범죄자·종북세력' 문구는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적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현수막 메시지가 여론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실패작이라는 지적이었다. 진보당은 국민의힘 현수막 메시지에 대응해 “더 이상 이 나라를 독재자들과 친일파들에게 내주지 맙시다” “더 이상 이 나라를 국민의짐이 되는 자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 현수막 제작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수도권 지역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중도층 지지 확산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현수막 게시를 철회한 것이다. 경기 지역 한 출마자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격전지 승패를 가를 중도·무당층의 관심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달렸다”며 “종북 이념 타령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다.
선거일에 임박할수록 정권 심판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적인 메시지가 마땅치 않고 민생 의제 이슈 역시 여권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윤미 변호사는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게 서울, 수도권 후보자들이 제발 걸지 말아달라고 읍소했다는 거 아닙니까? 의미심장하죠. 왜냐하면 지역 유권자들한테 1도 먹히지 않거든요. 확장성이 정말 제로인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실 운동권 심판론은 2월 중 시효가 다했다. 여러 이슈가 터져나왔는데도 메시지 전환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주 산발적으로 민생이나 물가 관련 메시지를 내놓고 몸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로 향하는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현수막 게첨 금지 문제는 여당 캠페인의 혼란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도층에겐 예민하지도, 도달하지도 않은 종북세력 운운하며 장시간을 흘려보낸 게 패착”이라고 지적한 뒤 “2월부터 물가와 민생 의제를 제시하고 가시적인 정책을 내놓은 뒤 의대 증원 문제에 갈등 조정자 역할로 나서야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데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운동권 청산과 종북세력 때리기에 올인하다가 용산발 부정적 이슈로 엎어져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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