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보다 순익"…테슬라보다 엔비디아를 주목할 이유

엔비디아, 올해 92% 급등불구
주당순이익 288% 증가 기대
실적·성장성 감안하면 저평가
테슬라, 주가 28% 떨어졌지만
주당순익 11% 역성장 전망
월가, 목표가 32% 하향 조정

저평가·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때 주가 등락률보다 '순이익' 추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주가가 급등한 엔비디아의 현재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매력이 주가가 하락한 테슬라보다 풍부하다고 평가받는 것도 고수익성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92.23% 올랐다. 불과 약 4개월 새 주가가 2배가량 급등한 셈이다. 2023년부터 계산하면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은 533.37%에 달한다. 연이은 급등세에 엔비디아 주가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순이익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현재 주가 수준은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주당순이익(EPS) 12.96달러를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수치(3.34달러)보다 288% 급증한 것이다. 2025년 엔비디아 EPS는 올해보다 약 94% 증가한 25.0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특수에 따른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점 효과로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된 영향이다. 엔비디아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지난해 217% 급증했다. 엔비디아는 신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하며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연말에는 현재 'H100' 제품 대비 연산 성능이 5배 이상 향상된 차세대 칩 'B100' 공개를 예고했다. 고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엔비디아 기업가치는 결코 비싸지 않다. 증권가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잣대로 활용하는 것은 주가를 미래 EPS 추정치로 나눈 값인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월가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는 12개월 선행 PER이 3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5년 평균 PER 밴드(40배)보다 낮은 수치다. 반도체 경쟁사 AMD는 12개월 선행 PER이 44배, ARM은 89배에 달한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글로벌 반도체 종목 중 AI 수혜와 이익 가시성 측면에서 여전히 가장 매력적"이라며 "올해도 컨센서스(추정치) 추가 상향을 기대해볼 수 있는 가운데 기업가치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테슬라는 순이익 정체에 주가가 하락했어도 기업가치 매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평가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28.48% 떨어졌다. 주가는 내려갔지만 테슬라의 12개월 선행 PER은 58배 수준으로 엔비디아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기업가치는 각각 10배, 5배에 불과하다. 테슬라의 올해 추정 EPS는 2.76달러로 전년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익 전망치 하향에 주가가 정체 상태여도 기업가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최근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가이던스도 제시하지 않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리서치는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영업 여건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미국에서 모델3 세단 생산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중국과 유럽 시장 내 수요가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테슬라의 높은 기업가치는 여전히 자동차 섹터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성장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현재에는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했다. 번스타인리서치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종전 150달러에서 120달러로 하향했다. 이는 현 주가보다 32% 낮은 수준이다. 한편 서학개미는 부정적 전망에도 올해 들어 테슬라 주식을 8억2724만달러(약 1조1145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 가운데 순매수 순위 부동의 1위다.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