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없애서 영화 티켓값 ‘500원’ 깎일까?… 소비자 체감·대체 재원은 과제

세종=박소정 기자 2024. 3.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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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2년 만에 대대적인 부담금 ‘손질’
소비자 경감 기대되는 곳?… 영화·항공 등
민간기업 결정권 가진 가격 인하 가능 의문
한해 못 걷는 돈 ‘2兆’… “칸막이 헐어 쓸 것”

정부가 22년 만에 대대적으로 부담금을 손봤다. 이로써 국민·기업에 연간 총 2조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다. 다만 긴축재정과 감세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에게 ‘징수액 2조원 축소’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부담금 감면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정비를 통한 연간 경감 규모가 2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파묘 포스터가 나오고 있다. /뉴스1

◇ 영화표·항공권·전기료서 부지불식 내던 돈 ‘커팅’

당장 일반 국민 생활과 관련되는 부담금 중에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가액의 3%를 관람객에게 부과해, 영화발전기금으로 귀속시키고 이를 영화 진흥 사업 등에 써왔다. 이 부담금은 이번에 폐지됐다. 1만5000원의 영화 관람료 중 500원의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도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 붙어 있다. 국민과 기업 할 것 없이 전기 사용자라면 누구나 전기요금의 3.7%를 내고 있었다. 올해 3조2028억원이 걷힐 예정이었을 정도로 덩치가 가장 큰 부담금인데, 정부는 이를 올해·내년 두 차례에 걸쳐 요율을 총 2.7%로 낮추겠다고 했다. 4인 가구 기준 연 8000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출국납부금’도 있다. 해외로 나갈 때마다 항공권이나 배표 가격에 붙어 부과되는 것이다. 그 가격이 1인당 1만1000원에 달한다. 당초엔 개발도상국의 질병 예방·퇴치(국제질병퇴치기금) 등에 쓰기 위해 이 부담금을 도입했는데, 정부는 “해외여행 출국자와 개도국 질병 예방 간 관련성이 미흡하다”며 납부액을 이번에 7000원으로 인하했다. 12세 미만에는 이마저 면제하기로 했다.

여권 발급 시 부과되던 ‘국제교류기여금’도 인하된다. 국제 우호 친선 증진을 위한 기금으로 쓰였다. 당초 ▲복수여권 10년 1만5000원 ▲복수여권 5년 1만2000원 ▲단수여권 5000원 ▲여행증명서 2000원 등이었는데, 이 중 단수여권·여행증명서에서 거두는 부담금은 폐지하고, 복수여권 10년·5년에서 거두는 돈은 각각 1만2000원·9000원으로 3000원씩 줄인다.

그래픽=정서희

◇ 소비자價 내려갈까 ‘물음표’… “최대한 인하 유도”

75년 전에나 만들어진 실효성 없는 보조금을 관성적으로 유지하지 않고,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에 걸맞게 부담금을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의미가 있다. 목적이 불분명하게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한 부과금들도 이번 기회에 정리돼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즉각 가격 인하 요인을 반영할 수 있는 여권 발급비 등을 제외하고, 여타 부담금에서의 폐지·감면 효과를 소비자가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영화 티켓값의 결정권은 민간 기업에 있기 때문에, 인건비 등을 이유로 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기조실장은 “부담금 폐지가 영화관람료 인하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입장료에 대한 결정은 영화 상영관 측에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폐지가 영화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의해 가격 인하를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의 경우 부담금 요율이 1년에 0.5%포인트(p)씩 낮춰지는 데 그치기 때문에, 대량의 전기를 쓰는 기업에 비해 개인이 감면받는 혜택은 거의 체감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있다. 예로 10만원을 내는 1인 가구의 경우 겨우 500원 감면받는 수준이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전기 사용량에 비례해서 감면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산업용의 체감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산업부, 농식품부,교육부, 문체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국민체감 부담완화 및 기업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부담금 정비 정비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지출 다이어트·감세에 아쉬운 ‘2兆’… “여유 재원 활용”

이미 돈을 쓸 여력이 대폭 쪼그라든 정부 입장에서, 조 단위 부담금 징수액 축소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 역시 “(경감 규모 연 2조원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김 차관은 “가지고 있는 여유 재원을 활용해서 그 부분을 메꿀 예정”이라면서 “그간 부담금 수입이 있었기에 관행적으로 수행했던 지출 사업에 대해서도 효율화 작업을 동반해 꼭 필요한 사업만 지원할 계획인 만큼,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력기금으로 수행되는 송배전망 투자 등 인프라 조성, 영화발전기금으로 수행되는 영화 진흥 등 주요 사업들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부담금이 줄어도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은 지출이 예정대로 될 것”이라며 “기금·회계에 칸막이를 없애 여유자금이 있으면 끌어 쓰는 방식을 고민했고,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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