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의료 개혁의 건설적 대화의 방향

2024. 3.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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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져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이해 카르텔'의 협박성 지대 추구 행위로 압박하며 '치킨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 의료에선 의료계의 집단 행동, 지대 추구와 함께 정부가 문제의 더 크고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다.

정부는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수가 결정에 실패했고, 건강보험공단은 의료계의 과잉 진료나 도덕적 해이 행위를 통제해 의료비용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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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실용적 접근으로
필수의료 부족 해결하고
이해집단 아닌 소비자 참여
산업·일자리 측면서 봐야

의정 갈등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져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이해 카르텔'의 협박성 지대 추구 행위로 압박하며 '치킨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타협이 없다면 이 치킨게임 파국의 피해자는 물론 환자인 국민들이다. 정부의 엄포대로 '법대로' 하면 의료는 마비된다. 과거 정부의 공수표 교훈으로 의사들은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이 사안은 정부가 정치적으로 부풀린 어젠다라고 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의료 공급 평가에서 우리는 세계 정상으로 평가돼왔다. 2021년 CEO월드매거진의 '최고 의료 시스템'도 1위다. 응급실 뺑뺑이 돌리기 사망, 지방 필수의료 부족 같은 문제점들이 거론되지만 전 세계 어떤 나라에도 의료가 완벽하게 공급되지 않는다.

여당 비대위원장 주선으로 유동적이긴 하지만 '건설적 대화'가 거론된다. 어떻게 이 사안을 매듭지어야 건설적인 해결책이 도출될 것인가? 첫째는 과학적이고 실용주의적 접근을 해야 한다. 어떤 문제든 올바른 사회적 어젠다가 되기 위해서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 근본 원인 분석과 대안 도출, 대안의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사회적 비용이 적은 건설적 해결책이 도출된다. 필수의료 부족이 의사 부족 문제인지 의료수가에 의한 시장 왜곡의 결과인지, 지방 의료 붕괴가 의사 부족 문제인지 규모의 경제가 달성될 수 없는 수요의 문제인지 의료 전달 체계의 무질서 문제인지 원인을 분석해야 대안이 도출될 수 있다. 필수의료에 대한 불안이 의료수가 문제라면 비용이 많이 드는 의대 정원 확대부터 시행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은 국민(소비자)의 후생이 기준이고, 소비자가 논의에 비중 있게 참여해야 한다. 우리 의료에선 의료계의 집단 행동, 지대 추구와 함께 정부가 문제의 더 크고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병원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가장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 가운데 자비 지출 비중도 가장 높다.

원격진료나 재사용 처방전 같은 환자의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많은 제도가 이해집단의 반대로 거부되고 있다. 정부는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수가 결정에 실패했고, 건강보험공단은 의료계의 과잉 진료나 도덕적 해이 행위를 통제해 의료비용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이 논의는 문제 원인 제공자들만의 합의가 아니라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의 참여와 입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세 번째는 의료를 복지가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로 봐야 한다. 의료는 첨단 산업이자 일자리 창출의 잠재 능력이 가장 높은 산업이다.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만 허용해도 이러한 가능성은 크게 늘어난다. 한국의 가장 좋은 두뇌집단이 집중된 이 분야를 자영업자들의 내수 산업으로 만들어놓고 갈등을 하는 중이다.

한국 기업들이 고용 회피적인 이유에도 건강보험으로 대표되는 4대 보험료가 있다. 이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이 유난히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이 높고 노동시장 이중화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작은 정부가 한국 최고 엘리트 집단을 범죄 집단 대하듯 하는 태도에서 전환해야 한다. "총(강제력)은 논의가 아니다"고 시장경제 철학자 에인 랜드는 설파했다. 그리고 점진적인 개혁이 급격한 개혁보다 대부분 옳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그레그 버먼과 오브레이 팍스는 '점진적인'이라는 책에서 설파하고 있다. 과격한 최저임금과 노동 규제의 부작용으로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의대 정원의 과격한 증원도 같은 위험을 부른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 외부 필진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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