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도 60초면 출혈 멈춰…"지혈 약물 개발에 활용"

이병구 기자 2024. 3. 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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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애벌레가 출혈을 순식간에 멈추는 과정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혈림프 속 혈구세포가 출혈을 막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혈액도 점탄성 물질로 바꿔 지혈하는 약물을 설계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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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뿔벌레의 애벌레. Konstantin Kornev 제공

과학자들이 애벌레가 출혈을 순식간에 멈추는 과정을 관찰했다. 출혈을 막을 수 있는 약물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콘스탄틴 코르네프 미국 클렘슨대 재료과학및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애벌레의 혈액인 혈림프가 상처를 빠르게 지혈하고 봉합하는 과정을 밝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연성 재료 프론티어스'에 27일 발표했다.

인간의 몸에 흐르는 혈액은 적혈구와 혈소판 등이 있어 산소와 영양소 등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곤충에서 혈액 역할을 하는 '혈림프'는 적혈구, 혈소판 등이 거의 없고 백혈구 대신 혈구세포가 있어 면역 반응을 수행하는 등 구성 성분이 매우 다르다.

혈림프도 사람의 혈액처럼 몸 밖으로 나오면 빠르게 굳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 정확히 연구된 적은 없었다. 연구팀은 먼저 담배뿔벌레라는 나방 애벌레의 혈액이 굳는 과정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애벌레를 플라스틱 틀에 가두고 상처가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애벌레의 배다리(proleg) 부위를 1~2mm 길이로 절개했다. 이후 애벌레의 몸에서 혈림프가 떨어지며 방울이 형성되는 과정을 고속 카메라와 매크로 렌즈로 촬영해 분석했다.

상처가 난 뒤 10~15초 이후 애벌레의 상처에서 떨어지는 혈림프의 모습을 관찰한 사진. 길게 늘어지는 막대 구조가 혈림프의 점탄성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frontiers 제공

분석 결과 혈림프는 처음 약 5초 동안은 물과 비슷하게 흐르며 아래로 떨어졌다. 절개 후 10~15초부터 혈림프는 급격하게 끈적해지며 방울이 길게 늘어지는 등 점탄성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탄성이 높아진 혈림프는 다시 상처 안으로 들어가며 혈림프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후 혈림프 속 혈구세포들은 상처 표면으로 이동해 딱지를 형성했다. 연구팀은 애벌레의 출혈이 보통 60~90초 후면 멈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바퀴벌레 등 18종의 곤충에서 비슷한 과정을 관찰했다"며 "혈림프가 물질 특성을 순간적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혈림프 속 혈구세포가 출혈을 막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혈액도 점탄성 물질로 바꿔 지혈하는 약물을 설계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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