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념 얘기 그만”···대통령 주파수 맞춘 인요한에 국민의힘 후보들 우려

문광호 기자 2024. 3. 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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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나라님”이라던 인 위원장, “대통령이 쓴 약을 우리한테 먹여도 국가를 위한 것”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여권 총선 ‘투톱’인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에 대해 27일 수도권 국민의힘 후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옹호 등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이념 대결 구도로 선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경제·정책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 “그분들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5년을 대통령을 뽑았으면 믿고, 대통령이 때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쓴 약을 우리한테 먹여도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조금 가다가 힘들다고 (대통령을) 바꿔버리자? 아이고, 참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얘기”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윤 대통령이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외국 사례 같으면 이슈도 안 된다”며 “군수가 산불이 나면 해직되는데 그 산불 원인도 따져야 한다. 군수가 불을 질렀나. 꼭 장관이 죄가 있는 게 확실한가”라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배편으로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복귀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수가 산불 지른 건 아니지 않나”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인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며 안보를 강조한 전날 열린 국민의미래 선대위 회의에서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며 이번 총선을 이념 전쟁으로 규정한 것이다. 앞서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던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나라님”이라며 수직적 당정관계 타파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역할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인 위원장의 언행에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은 우려를 표했다.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당정일치 강조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한 국민의힘 서울 지역 후보는 “그런 스피커라면 없는 게 낫다”며 “제발 이념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이념에는 아무런 궁금함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만 날아간다. 여기 주민들은 (그런 발언을) 진짜 싫어한다”며 “차라리 유승민 전 대표에게 도움을 달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서울 지역 후보는 “스피커로 유승민 대표를 데리고 오라고 하라”라며 “인 위원장이 하는 얘기는 한동훈 위원장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진짜 경제나 정책 메시지를 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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