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념 얘기 그만”···대통령 주파수 맞춘 인요한에 국민의힘 후보들 우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여권 총선 ‘투톱’인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에 대해 27일 수도권 국민의힘 후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옹호 등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이념 대결 구도로 선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경제·정책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 “그분들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5년을 대통령을 뽑았으면 믿고, 대통령이 때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쓴 약을 우리한테 먹여도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조금 가다가 힘들다고 (대통령을) 바꿔버리자? 아이고, 참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얘기”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윤 대통령이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외국 사례 같으면 이슈도 안 된다”며 “군수가 산불이 나면 해직되는데 그 산불 원인도 따져야 한다. 군수가 불을 질렀나. 꼭 장관이 죄가 있는 게 확실한가”라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배편으로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복귀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수가 산불 지른 건 아니지 않나”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인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며 안보를 강조한 전날 열린 국민의미래 선대위 회의에서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며 이번 총선을 이념 전쟁으로 규정한 것이다. 앞서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던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나라님”이라며 수직적 당정관계 타파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역할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인 위원장의 언행에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은 우려를 표했다.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당정일치 강조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한 국민의힘 서울 지역 후보는 “그런 스피커라면 없는 게 낫다”며 “제발 이념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이념에는 아무런 궁금함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만 날아간다. 여기 주민들은 (그런 발언을) 진짜 싫어한다”며 “차라리 유승민 전 대표에게 도움을 달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서울 지역 후보는 “스피커로 유승민 대표를 데리고 오라고 하라”라며 “인 위원장이 하는 얘기는 한동훈 위원장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진짜 경제나 정책 메시지를 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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