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충격이 이토록 큰 것일까···오타니, 이적 후 첫 에인절스타디움 방문서도 침묵, 3경기 연속 무안타
배신으로 인한 충격이 큰 것일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음에도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다.
오타니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2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을 지켰다. 다저스는 3-4로 패했다.
이날은 오타니가 이적 후 처음으로 에인절스타디움을 방문한 경기였다. 오타니는 2018년부터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뛰며 최우수선수(MVP) 2회 수상이라는 찬란한 업적을 남겼다.
에인절스는 이날 오타니를 위해, 오타니의 첫 타석 때 전광판에 오타니가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장면들을 편집한 영상을 틀었다. 오타니도 잠시 그 영상을 본 뒤 헬멧을 벗고 팬들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이날 주심을 맡았던 브라이언 월시도 피치 클락을 잠시 멈추고 오타니가 에인절스 팬들과 인사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
다만, 오타니는 경기에서는 웃지 못했다. 오타니는 1회초 첫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에인절스 선발 체이스 실세스의 96.1마일짜리 강속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으로 들어오는 79.8마일짜리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는 6회초 타석 때 미겔 로하스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 후 처음으로 치른 시범경기를 타율 0.393, 2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14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서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르고 돌아온 뒤 가진 3번의 시범경기에서는 도합 6타수 무안타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오타니의 전 통역이었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절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타니가 송금을 했냐 안했냐는 문제가 불거진 후에 페이스가 떨어져 눈길을 끈다.
일본프로야구 닛폰햄에서 뛰던 시절부터 7년 이상 오타니의 친구이자 통역으로 지내온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에 돈을 탕진하고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대 도박 빚을 청산한 혐의로 서울시리즈 기간인 지난 21일 다저스 구단에서 해고됐다. 미즈하라는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 첫 인터뷰에서 불법 도박을 인정하면서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 450만 달러를 갚아주려고 도박업자에게 직접 송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타니 측에서 오타니가 미즈하라가 벌인 절도 행각의 피해자라고 반발하자 곧바로 “오타니는 이번 일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 오타니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즈하라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까지 했다”며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의도적으로 돈을 보낸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오타니의 편을 들었다. 로버츠 감독은 27일 “오타니와의 소통이 더 편해졌다. 이전에는 미즈하라를 거쳐 오타니와 대화를 했는데, 정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오타니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새 통역인) 윌 어이레턴은 전력 분석에도 능해 오타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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