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왜 임신중지약 반대하나”… 미국 대법원, 먹는 낙태약 접근권 보장 거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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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낙태)권 인정 판례를 폐기한 미국 연방대법원이 '먹는 임신중지약' 접근권 보장은 거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지약이 유통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소송을 낸 의사들의 반대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게 다수 대법관의 인식이다.
'임신중지약 사용 탓에 문제가 생긴 응급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경우 종교적 신념상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의사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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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처방 금지’ 항소심 판결 파기될까
낙태 활용 63%… 이르면 6월 말 판결
임신중지(낙태)권 인정 판례를 폐기한 미국 연방대법원이 ‘먹는 임신중지약’ 접근권 보장은 거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지약이 유통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소송을 낸 의사들의 반대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게 다수 대법관의 인식이다.
약 복용 환자 도우면 양심 가책?
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경구용 임신중지약 ‘미페프리스톤’ 접근을 제한하는 항소심 판결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90분간 원고와 피고 측 구두 변론을 들었다. 대법관 대부분이 원고 측인 낙태 반대 의사들의 소송 자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임신중지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닐 고서치, 브랫 캐버노 등 보수 성향 대법관 3명도 이들에 포함된다.
'임신중지약 사용 탓에 문제가 생긴 응급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경우 종교적 신념상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의사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반면 '그것이 워낙 드문 일인 데다 현행 연방법상 신념에 위배되는 치료는 의사가 거부할 수 있다'고 피고 측인 법무부와 제약업체는 반박한다. '전문 과학 영역을 정치나 종교가 침범해서는 안 되고, 승인된 약의 규제가 임신부로 하여금 임신중지 적기를 놓치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용하게 만들어 도리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도 피고 논리다. 대법관들은 대체로 피고 측 논변에 수긍했다는 게 미국 언론들 분석이다.
소송의 발단은 2022년 6월 대법원 결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6 대 3’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은 임신 24주까지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1973년) 판결을 폐기하고 임신중지 제한 여부를 주(州)별로 정하게 했다. 이후 임신중지를 아예 금지하거나 허용 기간을 줄이는 주가 생겨났다. 그러나 임신중지는 오히려 늘었다. 여기에 크게 기여한 것이 미페프리스톤이었다.
대선 쟁점… 대법원 다시 시험대
2000년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한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16,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사용 가능 기간이 임신 7주 이내에서 10주 이내로 연장됐고, 의사 처방도 불필요해졌다. 원격 처방과 우편 배송도 허용됐다. 이런 느슨한 제한이 임신중지를 부추긴다고 판단한 임신중지 반대 진영은 2022년 11월 FDA를 상대로 미페프리스톤 승인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에 냈고, 지난해 4월 승소했다.
정부와 제약업체의 항소가 뒤따랐다. 같은 해 8월 루이지애나주 제5연방항소법원은 1심의 허가 취소 결정을 번복했지만 제한은 유지했다. 임신 7주까지만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되돌리고 원격 처방과 우편 배송도 다시 금지했다. 이에 반발한 정부·업체, 만족하지 못한 임신중지 반대 진영이 모두 상고했다. 그래서 대법원까지 소송을 다루게 된 것이다.
임신중지권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중지의 63%에 먹는 약이 이용됐다. 핵심 수단이라는 뜻이다. 임신중지권은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입법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여론은 임신중지 찬성이 우세하다.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뒤 대법원의 임신중지 관련 심리는 처음이다. WSJ는 “이번 재판 결과가 여성들에게 미칠 영향은 임신중지권 폐지 판결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 판결은 이르면 6월 말쯤 내려질 예정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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