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활동 중” 속도붙은 ‘PA 간호사’ 제도화···현장에선 “고충 심각”
정부가 전공의 이탈 이후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지원 간호사’(PA 간호사) 인력 활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병원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간호사들이 무급휴직을 강요받는 등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과 87개 비상진료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PA 간호사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4065명을 포함해 약 5000명의 PA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상급종합병원은 1599명, 공공의료기관은 320명을 각각 추가 증원할 예정이다. 여기에 종합병원 PA 간호사 인력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지난달 27일 PA 간호사 업무 확대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달 8일 98개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어 현장에 배포했고, 이후 6개 업무범위도 추가해 지침을 제시했다. 정부는 또 다음달부터 PA 간호사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우선 수술, 외과, 내과, 응급·중증 분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후 심혈관, 신장투석, 상처 장루, 집중영양 분야로 확대한다.
PA 간호사들은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면서 불법의 경계에 서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PA 간호사 제도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번 전공의 이탈로 시범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제도화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그런데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갑자기 사업이 추진되고, 의료공백 상황이 길어지면서 현장 간호사들의 고충은 커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6일 호소문을 내고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간호사들의 고충이 심각하다”며 “98개 의사 업무 중 9개를 제외한 89개 의사 업무를 간호사 업무로 조정하면서 PA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량과 불법 의료행위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간호사들이 하루아침에 PA 간호사가 되어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경력이 없는 신규 간호사를 PA 간호사로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간호계 일각에선 향후 증원 예정인 PA 간호사 인력 1900여명이 ‘순증’이 아닌 일반 간호사의 역할 전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요 수련병원들이 수익이 줄자 병동을 통·폐합하면서 간호사 대상 무급휴가 강요나 신규 간호사 배치 무기한 연기 등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계속 지키면서 전공의들이 떠난 후 의사 업무까지 떠맡았는데 이제는 병동 통·폐합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게 생겼다”며 “교수들도 사직한다고 해서 간호사들의 고충과 불안이 큰 상황이다. 정부와 병원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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