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대파 무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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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는 것을 말한다.
잘못된 파묘로 인해 '동티난다'거나 '묫바람난다'는 속설이 생긴 것도 그런 까닭이다.
파묘를 '파(대파)+묘(무덤)'로 해석하는 누리꾼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봄이 본격화하는 4월, 총선의 향방은 결국 '파묘'(대파 무덤)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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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무덤을 다른 곳으로 이장하기 위해 이뤄지는데, 봉분을 걷어내고 매장된 유골을 수습한 뒤 비석 등 석물까지 폐기하게 된다. 과거에는 풍수지리를 고려해 묫자리를 더 좋은 곳으로 옮기기 위해 파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에는 묘가 자리한 산이 개발돼 부득이하게 옮겨야 하거나, 묘를 더는 관리하기 힘들어 화장하려 할 때 파묘를 한다. 조상이 잠든 자리를 파헤치는 행위인 까닭에 그 절차 또한 까다롭다. 잘못된 파묘로 인해 ‘동티난다’거나 ‘묫바람난다’는 속설이 생긴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장이 목적이 아닌 유일한 파묘 사유는 ‘부관참시’였다. 부관참시는 파묘 후 시신의 목을 잘라 거리에 효수하는 극형이다. 세조가 왕위를 차지하는 데 큰 공로를 세운 한명회가 연산군 10년 갑자사화에 연루돼 부관참시를 당한 것이 유명한 사례다.
최근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영화 ‘파묘’가 오컬트 영화 사상 최초로 1천만 관객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신선한 소재,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력, 숨겨진 항일코드 등이 화제몰이를 한 것이 1천만 돌파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파와 고양이를 함께 찍어 올리는 ‘파묘 밈’이 에스엔에스를 타고 퍼져나갔고, ‘파묘든다’(파묘+스며든다)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4·10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파묘’는 또 다른 의미로도 회자하고 있다. 파묘를 ‘파(대파)+묘(무덤)’로 해석하는 누리꾼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를 집어 들고는 “875원이면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사실을 꼬집는 것이다. 대파 1㎏ 평균 가격이 3천~4천원이 넘는데다, 800원대면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헐값인 탓에 ‘합리적’이라는 대통령의 평가는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여기에 한 여당 총선 후보가 “875원은 한 뿌리를 얘기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으며 민심은 더욱 악화했다. 대파 더미에 깔린 여당(후보)의 모습을 담은 만평이 공유되고, ‘대파 총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봄의 초입인 3월, 서민들은 영화 ‘파묘’ 덕분에 행복했다. 봄이 본격화하는 4월, 총선의 향방은 결국 ‘파묘’(대파 무덤)가 될 것인가.
유선희 산업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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