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0원짜리 사과 3천박스 순식간에 동났다…대파, 시금치, 너무도 낯선 농산물 오픈런 [필동정담]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4. 3. 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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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는 개장 시간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긴 줄이 생겼다.

롯데마트가 가락시장 도매법인들과 협업해 준비한 1상자(2.5㎏) 9900원짜리 '착한 사과'를 사기 위해 달려온 소비자들이었다.

대파, 시금치, 애호박 등 농산물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들은 반짝 특가 상품이 있다면 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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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는 개장 시간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긴 줄이 생겼다. 롯데마트가 가락시장 도매법인들과 협업해 준비한 1상자(2.5㎏) 9900원짜리 ‘착한 사과’를 사기 위해 달려온 소비자들이었다.

지난 21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오픈 직후 농산매장 ‘오픈런’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롯데마트가 사흘간 준비한 총수량은 3000상자였고, 매장당 하루 100상자만 공급하다 보니 초특가 제품은 매장 오픈과 동시에 완판됐다. 현재 비슷한 상품은 롯데마트에서 2만3900원에 판매 중이다. 가격이 60% 이상 저렴하니까 ‘오픈런’이 벌어진 것이다. ‘명품 오픈런’ ‘위스키 오픈런’은 봤어도 매일 먹는 ‘농산물 오픈런’은 참으로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사과뿐 아니다. 대파, 시금치, 애호박 등 농산물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들은 반짝 특가 상품이 있다면 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금사과는 진작 포기하고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 과일로 갈아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주 가는 설렁탕 집에서도 공짜로 내주던 풋고추가 사라졌다.

신안대파 한 단에 1천990원에 판매한 홈플러스<사진=연합뉴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한 날 하나로마트는 대파 한 단을 875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했다. 납품단가 지원, 농협 자체 할인, 정부 할인 쿠폰을 모두 끌어모아 가격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보통 대파 한 단이 4000원 선이다 보니 “현실에선 불가능한 가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고공 행진 중인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꺾일지는 미지수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세금을 쏟아부어 농산물 가격을 무한정 떠받칠 수도 없다. 사과·배만 해도 농가 고령화로 인해 재배면적이 줄고 기상이변이 겹치면서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어 가격은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 생산과 공급 기반 안정화, 수입 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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