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부터" "ㅋㅋ 웃음나와" 의사 도발에 "환자부터 챙겨야" 비난 쇄도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사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국내 주요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가 또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언급하며 화해 제스쳐를 취하는 상황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 국민들의 피로와 반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제42대 의협 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원점에서 재논의를 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들도 대화의 의지가 생길 때 그때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날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를 내걸어 논란을 촉발했다. 임 당선인은 "이번 사태에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제2차관은 반드시 파면해야 한다. 경질로는 안 된다"며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전공의, 의대생, 교수가 행정처분 되거나 소송을 당하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의사 총파업을 거론하는 등 정부에 으름장을 놨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ㅋㅋㅋ 이젠 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그랬죠. 전공의 처벌 못 할 거라고"라며 "큰소리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냐"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비난을 샀다.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면허정지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는 것을 검토한다는 데 대한 조롱과 의사의 강경 투쟁을 천명하는 내용의 글이다. 해당 글이 물의를 일으키자 노 전 회장은 하루도 안 돼 "ㅋㅋㅋ"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연일 '화해 무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계·교육계 관계자들을 만나 "(국민은) 이해당사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끼리 건설적 대화체를 구성해 서로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길 원하고 있다"며 대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전공의 면허정지 조치도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 조기 복귀할 경우 처분 시기·기간 등을 '유연히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의사들의 '막말 행진'이 계속되며 반발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의협 간부들의 논란을 다룬 기사에는 "우리나라는 의사 아래 모든 것이 있나 보네" "의사 카르텔 무섭다" "제정신이 아니다" 등의 비난 댓글이 가득하다. 노환규 전 회장의 SNS엔 "환자를 조롱하는 거예요 아니면 환자 죽으라고 ㅋㅋㅋㅋ라고 하는 거예요"와 같이 자중을 요청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반면 같은 글에 의사들은 "대단한 인기" "유명세"라며 옹호하는 반응이라 큰 괴리를 보였다.
의협 간부들의 막말을 둘러싼 '불똥'은 지난 25일부터 사직서 제출과 주 52시간 근무를 천명한 대학병원 교수들에게까지 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없이 교수들은 과로에 내몰리고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원활한 진료를 위해 근로 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는 결국 전공의가 복귀해도 전처럼 주 80시간 이상을 일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며 제자를 위한다는 교수들이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연이틀 자료를 내고 이 같은 의사들의 무책임한 처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 생명이 위협당하고 진료체계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진료 정상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없다"며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전공의 이탈, 교수 사직을 묵인·방조하는 수련병원이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당선인에게는 "국민생명을 담보로 총파업 등 의사 기득권 지키기를 선언하고 의대 정원 감축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건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의사단체의 수장이 되었다면 한 달 이상 파행 운영되고 있는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같은 필수진료부터 조건 없이 정상화하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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