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테무·쉬인의 美 공습에 대응 바쁜 아마존

정미하 기자 2024. 3. 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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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테무·쉬인, 광고비 퍼부으며 美 공략
테무·쉬인 MAU 늘 때 아마존은 감소
WSJ “아마존 전략회의서 위협 목소리”
아마존, 빠른 배송·간편한 반품으로 대응
美·유럽 정치권, 테무·쉬인 관련 대응책 마련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와 쉬인이 미국 시장을 공습하면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긴장하고 있다. 테무와 쉬인이 미국에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미국에서 아마존 출신 직원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마존은 빠른 배송이 가능한 물류 시스템, 고객 신뢰, 간편한 반품을 바탕으로 방어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아마존 전략 회의에서 아마존의 핵심 경쟁자는 이제 월마트와 타깃이 아닌 테무와 쉬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아마존은 이들 플랫폼이 자사의 온라인 쇼핑 지배력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로고. / 로이터

WSJ이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테무의 미국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140만 명이다. 테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시기가 2022년 9월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는 평가다. 쉬인도 이 기간 MAU가 2090만 명에서 26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아마존의 MAU는 6960만 명에서 6700만 명으로 줄었다.

◇ 中 테무·쉬인, 막대한 광고비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

테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22년 9월. 마늘 압착기는 2달러, 면봉은 1.5달러 등 초저가를 내세웠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시달린 미국인은 테무에 열광했고,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테무의 모바일 앱 MAU는 전년 대비 950% 증가했다. 당시 디지털 광고비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미 소비자들이 지난해 12월 테무에서 소비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테무의 성장은 광고비에 기반한다. 메타의 광고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해 전 세계에 140만 개의 광고를 게재했다. 메타에는 최소 2만6000개 버전의 광고를 올렸다. 센터타워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4분기에 디지털 광고 기준으로 미국에서 5번째로 큰 광고주다. 2022년 같은 기간 67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이다. 이마케터의 소매 부문 수석 분석가인 스카이 카나베스는 뉴욕타임스(NYT)에 “테무와 같은 회사가 한 일은 광고비를 소방호스로 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 모바일 앱. / 로이터

쉬인 역시 지난해 4분기 디지털 광고 기준, 미국 17위 광고주였다. 쉬인은 검색 결과 옆에 표시되는 제품 광고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구글에 약 8만 개의 광고를 게재했다. 메타에는 7000개 이상의 광고를 했다.

JP모건은 테무의 마케팅 비용이 2023년에 17억 달러(약 2조2861억원)에 이르고, 2024년에는 30억 달러(약 4조344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테무는 마케팅 지출로 인해 주문 1건당 평균 7달러(약 9400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정도다.

테무가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할 수 있는 것은 모회사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1위 핀둬둬이기 때문이다. 핀둬둬는 중국에서 알리바바를 상대했을 때도, 최저 가격과 광고비를 앞세웠었다. 이에 일각에선 테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막대한 광고비 지출로 인해 핀둬둬의 수익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아마존, 빠른 배송·간편한 반품·고객 신뢰 내세워 방어 나서

아마존은 테무와 쉬인의 부상에 대응한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마존이 20달러(약 2만7000원) 미만의 의류를 판매하는 이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인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 대변인은 당시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수수료를 인하했다”며 “건전한 경쟁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마존은 빠른 배송, 고객 신뢰, 간편한 반품 등 테무와 쉬인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점에 집중한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당일 배송이 가능한 품목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며, 신뢰성과 배송 속도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모색 중이다. 2023년 기준 아마존이 당일 배송 또는 다음 날 배송하는 제품은 40억 개다.

이는 테무와 쉬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배송까지 일주일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이들 업체는 미국 창고에 대규모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에, 미국 판매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없앴고, 물건을 저가에 판매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창고에 미리 대량의 제품을 보관하는 대신 소비자 주문이 들어왔을 때 중국에서 직접 제품을 배송한다. 대신 배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WSJ는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을 경쟁사가 넘어서기는 어렵다”며 “아마존이 구축한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과 경쟁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평가했다. 또한 고객 신뢰 측면에선 아마존이 테무, 쉬인에 앞선다는 평가다. WSJ는 “온라인 리뷰를 보면 테무와 쉬인 고객은 품질이 좋은 제품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아마존 배송 직원이 택배로 가득 찬 배송 카트를 당기고 있다. / 로이터

아마존이 1994년 창립 이래 30년 동안 경쟁업체의 위협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아마존이 테무, 쉬인의 공세에 맞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마존은 2010년 유아용품 전문 쇼핑몰 쿼드시(Quidsi)가 운영하던 다이퍼스닷컴, 소프닷컴이 경쟁자로 떠오르자 기저귀를 대폭 할인 판매하다 결국 쿼드시를 인수했다. 경쟁업체의 운영 방식을 모방한 적도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가구 플랫폼 ‘웨이페어’(Wayfair)가 가구 업계의 ‘아마존’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하자, 아마존은 웨이페어가 대형 가구를 조달·판매·배송하는 방법을 연구해 자사 시스템에 도입했다.

◇ 미국·유럽 정치권, 테무·쉬인에 제동 나서

미국과 유럽 정치권도 테무, 쉬인의 공습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의회와 12개 주 이상의 미 법무장관, 영국 정부는 테무와 쉬인이 중국 위구르족 강제 노동으로 생산한 제품을 판매 중인지 조사에 들어갔다. 신장은 중국 최대 면화 생산 지역으로 중국 면화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쉬인의 섬유 제품 중 약 10%는 면으로 만들어지는데 만약 쉬인이 위구르족 강제노동으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 미국 증시 상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쉬인은 중국에서 면화를 공급받지 않으며 신장 지역의 공급업체와 협력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테무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 의회는 테무가 위구르족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수입 금지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 하원에선 쉬인을 겨냥한 패스트패션 제한법이 통과됐다. 미국에선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소송도 진행 중이며 테무와 쉬인이 근로자의 근무 시간, 임금 관련 법률을 준수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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