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시행…부담금 청구서 날아온다

유영규 기자 2024. 3.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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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 '재건축 초과이익 관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이 오늘(27일) 시행되면서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합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며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고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규모가 커진 가운데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까지 부과되면 앞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4월 총선 국면에서 여당의 일부 수도권 후보들은 재초환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개정 재초환법이 시행되면서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그간 법 개정 추진으로 미뤄온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부담금 산정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서초구청은 조만간 강남권 재건축 부담금 1호 단지인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 조합에 바뀐 기준에 따른 부담금 산출 자료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재초환법을 개정해 부담금 면제 대상인 초과이익의 규모를 종전 3천만 원에서 8천만 원으로 상향하고, 부담금 부과 구간을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완화했습니다.

또 부담금 산정일의 개시 시점을 '추진위원회 구성'에서 '조합설립인가'로 변경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10∼70%까지 낮추기로 했습니다.

지자체에 공공기여하는 공공임대주택도 종전에는 토지 공시지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금 산정 때 비용으로 인정해 초과이익에서 제외했으나, 앞으로는 감정평가액으로 산정해 비용 공제 금액을 높입니다.

서초구 관계자는 "법 개정 전과 산출 방식이 달라져서 조합에 필요한 자료를 새롭게 제출받아야 한다"며 "이후 한국부동산원에서 부담금 산출과 검증 절차 등을 거친 뒤 최종 부과액을 조합에 통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정 재초환법 시행일인 이날 이후 5개월 이내에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어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8월 말에는 실제 부과 단지가 나올 전망입니다.

개정 재초환법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은 종전보다 줄고, 초과이익이 크지 않았던 단지들은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됩니다.

국토부는 앞서 전국에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111개 단지 가운데 40%가량인 44곳은 부담금이 면제되고, 평균 부과액도 현재 8천800만 원에서 4천800만 원으로 4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강남, 용산 등 부담금 산정액이 많은 곳은 최대 수억 원대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부담금 부과를 앞둔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 추가분담금 외에 입주 시점 시세 따라 높은 부담금을 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포 현대아파를 재건축한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의 경우 조합 측이 2021년 8월 입주 시점의 공시가격 추정액으로 예상 부담금을 산출한 결과 1인당 3억 원 선이던 부담금이 법 개정에 따라 1억 6천만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이미 재건축 사업으로 3억 원의 추가분담금을 냈는데 또다시 억대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조합 측은 재건축 초과이익에서 제외할 '정상 집값 상승분'을 계산하는 방식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현재 통계 조작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의 지수를 부담금 계산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국 76개 재건축 조합 모임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재건축조합들은 통계 조작 의혹을 받는 주택가격 동향조사 대신 실거래가지수를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의 경우 재건축 조합설립인가일부터 준공까지 서초구의 월간 매매지수는 23.4%가 올랐으나, 실거래가지수는 99.0%가 올라 실거래가지수를 쓰면 재건축 부담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조합 측은 "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을 사용해 부담금을 산출할 경우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현재 시세가 하락했는데 입주 시점의 높은 시세로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도 문제 삼습니다.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전용면적 82㎡의 최근 실거래가는 23억∼24억 원대로 2021년 8월 입주 당시보다 3억∼4억 원가량 하락했습니다.

이 아파트 전용 82㎡의 공시가격도 지난해 1월 기준 16억 7천500만 원이던 것이 올해 1월 16억 4천100만 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1주택자는 보유기간에 따라 감면을 받더라도 당장 수천만 원을 내야 하고, 2주택자는 아예 한 푼도 감면을 못 받기 때문에 불만이 상당하다"며 "집값이 하락하면 부담금을 돌려줄 것도 아닌데 미실현이익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느냐"고 말했습니다.

재건축 부담금은 지방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단독주택 재건축(대명역골안) 사업으로 입주한 대명역센트럴엘리프 단지는 당초 부담금 예정액이 3천만 원 선이었으나, 개정 법을 적용하면 절반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합 관계자는 "바뀐 개정 법에 맞춰 산출 자료를 제출할 텐데 기준이 완화됐는데도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연세가 높은 조합원들의 반발이 크다"며 "일부 조합원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합원당 7억 7천700만 원의 역대 최다 부담금 예정액이 부과됐던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의 경우 개정 법을 적용해도 높은 부담금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69층으로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고액 구간에 대한 감면 혜택이 없어 초고층으로 지어도 재초환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며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까지 부과되면 정비사업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안전진단과 용적률, 층수 등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재 용적률이 높고 공사비가 올라 조합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추가로 초과이익 부담금까지 현실화하면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서울 등 도심 주택공급 확대는 물론, 현재 용적률이 높은 신도시 정비계획에도 재건축 부담금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부담금의 태생적 한계를 들어 폐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박합수 겸임교수는 "재초환법은 재건축을 통한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취지의 법이지만, 실제로는 과거 강남 재건축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재건축을 틀어막고,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로 제대로 된 설계 없이 급조된 측면이 있다"며 "재건축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지 않는 지금은 수명을 다한 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교수는 "정작 높은 개발이익을 가져간 강남의 저층 아파트 단지들은 모두 재초환 부담금을 피해 갔는데, 앞으로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중고층 단지에 재건축 부담금을 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지분 쪼개기나 단타 투기 등이 성행하는 재개발 사업 및 고가의 시세차익만 가져가는 일반분양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재초환 폐지가 어렵다면 입주 시점 시세에 따라 부담금이 달라지는 '복불복' 과세가 아니라 용적률 혜택에 따른 초과이익을 정비사업 초기에 공적 부지 등으로 환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 설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논의에 군불을 때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김은혜(성남 분당을), 심재철(안양 동안을) 후보 등은 재초환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안전진단, 용적률 등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지만 재초환만큼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재초환 폐지를 위해선 국회 통과가 필수인데 현재 여당은 과거 국회 다수당일 때도 야당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 전력이 있습니다.

'부자감세' 논란에도 부담을 느낍니다.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최근 KBS1 '일요진단'에 출연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면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부동산 경기 자체만을 위해서 자본이득이 발생한 부분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안 내게 하는 것은 문제 제기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 얼마가 부과될지도 모를 재건축 부담금은 조합 입장에선 공포나 다름없고,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되면 폐지 논란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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