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미성년자가 오히려 영업정지 협박·'먹튀'" 보호장치 생긴다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이게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았다가 영업정지를 당한 분들이 내건 안내문이라고요. 성인이라는 거짓말에 속은 건데 생업이 중단되는 건 너무하다는 지적이 있었잖아요. 이제는 이런 일이 없어지나요?
<기자>
보시면 신분증 검사까지 다 했는데 위조 신분증이었다는 경우, 성인들 틈에 끼여 있어서 의심을 못했던 경우, 다양합니다.
속인 미성년자 쪽은 신분증 위조까지 했어도 청소년이기 때문에 훈방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속은 자영업자들은 보시는 것처럼 한 달 이상씩 영업정지를 당해서 생업을 중단하고 직원들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청소년도 이걸 잘 알아서 가게에서 술을 먹거나 담배를 산 다음에 자기가 오히려 신고하겠다고 업주를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사건도 그동안 간간이 발생했고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가 됐던 사례처럼, 지금 보시는 것처럼 '우리 미성년자인데 어차피 업주 신고하면 영업 정지받으실 테니까 그냥 먹고 가겠다'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벌써 오래전 조사긴 한데요.
한국외식업중앙회가 2010년부터 12년까지 3년간 냈던 통계를 보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적발됐던 3천339개의 업소 중에서 그 술을 먹은 청소년들이 고의 신고, 이른바 셀프 신고해서 적발된 경우가 무려 2천619개 업소, 78.4%에 달했다는 집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 금요일 모레인 3월 29일부터는 적어도 자영업자들이 속인 미성년자들에게 이런 협박이나 이른바 먹튀를 당하는 경우는 줄어들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속아서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제공한 경우, 29일부터는 좀 더 보호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중요한 게 거짓말에 속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죠.
<기자>
자영업자 분들 일단 CCTV는 있어야겠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이 영상 증거로 남아있으면 모레(29일)부터는 영업정지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술이나 담배를 달라고 하는 미성년자들이 폭행 같은 협박을 해와서 어쩔 수 없이 내줬다는 사실이 남아있는 영상을 통해서 증명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런 영상 증거가 있으면 수사를 거쳐서 영업정지를 면할 수 있었는데요.
꼭 수사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이를테면 영업정지를 내리는 주체인 지자체로 '여기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어요' 같은 신고가 들어왔다.
그러면 지자체가 업주한테 CCTV 영상을 제출받고, '아 이거는 업주가 억울하다 영업정지를 내릴 일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서도 지자체가 수사당국에 의뢰를 해서 경찰의 불송치, 검찰의 불기소, 또는 판사의 선고유예 같은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넘어갈 근거가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자체 차원에서도 남아있는 영상 증거를 통해서 확인이 되면 수사당국에 넘기는 절차 없이 바로 영업정지를 면제해 줄 수 있습니다.
술과 담배뿐만이 아니고요.
청소년이 출입하면 안 되는 시간에 노래방 같은 곳에 청소년을 들여보냈다거나, 청소년에게 내줘선 안 되는 게임물을 제공한 경우에도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 또는 폭행 협박을 당하는 모습이 CCTV 영상 증거로 남아있으면 바로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 행정처분 자체가 지금까지 보다 좀 더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처음 적발되는 경우에는 영업정지 기간이 두 달에서 일주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건 다음 달 안에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억울한 자영업자들이 좀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이런 법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잖아요. 대책도 논의가 되어야 하겠죠.
<기자>
그래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처럼 불법적으로 술이나 담배를 구하는 걸 청소년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도록 청소년에 맞는 제재 조치는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지금 보시는 것처럼 술을 불법적으로 구한 청소년 본인 또는 부모 앞으로 우리 돈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합니다.
미국처럼 사회봉사를 시키는 나라도 있고요.
판매자만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이 법을 악용해서 술을 사 먹고 오히려 자기가 신고를 하는 그런 행태가 나오는 모습은 있을 수 없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18년에 국회입법조사처가 청소년 음주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적절한 제재를 검토해 볼 만하다는 제안을 낸 바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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