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 ‘1억도 48초’ 신기록… 300초 달성땐 상용화 문턱 넘어[Who, What, Why]

구혁 기자 2024. 3. 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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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국내 핵융합발전 기술
국산 기술 개발·제작 KSTAR
텅스텐으로 소재 업그레이드후
초고온 플라스마 유지 18초 늘려
자기장 형성 ‘토카막 방식’ 활용
진공용기內 플라스마 제어 관건
2050년 핵융합발전 상용화 전망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모습. KSTAR는 지름 10m, 높이 6m의 도넛 모양으로 생긴 ‘토카막(Tokamak)형 핵융합’ 실험로로, 핵융합 발전은 두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발전원으로 사용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1억도 초고온 인공태양, 현실화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기술진이 핵융합반응에 필수인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하며 ‘인공태양’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인공태양 발전은 1g의 수소로 석유 8t에 달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이 인공태양 기술의 핵심이 핵융합으로 이번 실험의 성공은 한국의 핵융합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음을 증명한 쾌거에 해당한다. 이번에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시간 연장과 인공태양 기술 현실화의 의미, 그리고 한국의 핵융합 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인공 태양’ 핵융합에너지는

핵융합 발전은 원자핵을 서로 융합시켰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발전원으로 사용한다. 주로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이용되는데, 두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질량결손이 발생하고 이것이 에너지 형태로 발산된다. 즉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을 만들어내는 원리와 같다. 태양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고온·고압 상태의 수소 원자핵 융합을 인간이 만든 장치 속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증기터빈을 돌리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핵융합 발전은 연료가 사실상 무한하고, 온실가스와 방사성 폐기물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핵융합 발전에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사용되는데, 1ℓ의 바닷물 속엔 0.03g의 중수소가 들어있다. 바닷물은 지구 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으니 중수소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원인 셈이다. 삼중수소는 흔하게 발견되진 않으나 리튬에서 분리해 생성할 수 있다. 리튬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배터리에 흔히 사용되는 재료로, 현재 바닷물에서 리튬을 채취하는 연구 역시 진행 중이다.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 다른 신재생 에너지와 달리 환경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는 핵분열 발전, 즉 원자력 발전과 달리 중·저준위 폐기물만 소량 발생하는 점도 장점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수십 년 정도 보관 과정을 거치면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효율 면에서 타 발전원에 비해 우월하다는 점이 핵융합 발전의 큰 장점이다. 100㎏의 중수소와 3t의 리튬은 석탄 300만t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욕조에 반 정도 들어찬 바닷물과 노트북 배터리에서 중수소와 리튬을 추출하면 한 가정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안정적인 기저 발전원으로 손꼽히는 핵분열 에너지의 경우 1㎏의 우라늄을 통해 200억㎉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데, 같은 양의 수소가 핵융합할 때 1500억㎉의 에너지가 발생하므로 7배 이상의 효율인 셈이다.

그래픽 = 김유종 기자

◇국내서 성공한 운전시간 연장 의미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 20일 핵융합반응에 필요한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시간을 48초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21년에 기록했던 30초를 60%가량 늘린 기록이다. 국내 연구진의 플라스마 제어 및 운전 역량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고, 안정적인 핵융합 발전에 한발 다가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핵융합연이 보유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지름 10m, 높이 6m의 자기밀폐형 핵융합 장치다. 1995년 개발을 시작해 2007년 9월 완공됐고, 이듬해 7월에 플라스마 점화를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운영단계에 들어섰다. 국내 기술로 개발·제작된 KSTAR는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핵융합로 중 손에 꼽는 최첨단 장치로, ‘토카막’ 방식에선 가장 진보된 수준이다.

KSTAR는 지난 1월 핵심 장치 중 하나인 ‘디버터’를 기존의 탄소 소재에서 텅스텐 소재로 바꿨는데, 디버터는 플라스마의 강한 열을 직접 맞아내며 각종 불순물을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성능은 안정적인 핵융합에 필수적이다. 디버터 업그레이드 이후 첫 실험에서 48초 유지에 성공한 KSTAR는 2026년엔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300초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 왜 어려운가

이렇듯 핵융합 에너지는 친환경·고효율 미래 발전원으로 이상적이지만,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상용화는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핵융합 반응을 위해선 플라스마 상태가 형성될 수 있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가 필요하다. 플라스마 상태는 어떤 물질이 강력한 열원으로 가열돼, 기체 상태를 뛰어넘어 전자·중성자·이온 등 입자들로 분리된 상태를 의미한다. 초고온의 플라스마가 생성되면 이를 적절하게 가두고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물질 중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을 접촉하고도 원형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은 없다. 금속원소 중 열에 가장 강하다는 텅스텐도 6000도를 넘어가면 기체가 돼 증발해버린다. 따라서 자기장이나 충격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가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진공 용기 내에서 플라스마를 벽에 닿지 않게 가두면 벽면의 온도는 수천 도에 불과하다.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가두더라도 이를 세심하게 제어하고 유지하는 데는 또 다른 어려움이 존재한다. 고온의 핵융합 플라스마는 안쪽과 바깥쪽 사이의 압력 차이와, 자기장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킨 대용량의 전류로 인해 불안정하게 요동치게 된다. 이를 얼마나 세심한 제어로 오랫동안 유지하느냐가 핵융합 발전 상용화의 핵심인 셈이다.

현재 주로 연구되며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tokamak) 방식이다. 토카막은 초전도자석 등 강력한 전자석를 이용해 자기장을 형성, 플라스마를 진공 용기 내에서 공중에 띄운 상태로 유지하는 핵융합 장치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에 가깝기 때문에 큰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고 전자석에 이용될 경우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예컨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경우 약 10만 개의 초전도 선재로 이루어진 토카막 자기장 코일을 통해 플라스마를 유지한다. KSTAR는 모든 초전도자석이 나이오븀틴(Nb3Sn)이라는 신소재 초전도자석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핵융합 장치로, 다른 핵융합 장치에 비해 10배의 자기장 정밀도를 가진다.

플라스마를 가두기 위한 KSTAR의 진공 용기 내부 모습. 벽면에 타일처럼 설치된 ‘디버터’를 볼 수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핵융합 기술, 왜 필요하고 얼마나 왔나

중국의 핵융합 장치 EAST의 경우 지난 2017년 10초 유지에 성공한 이래 꾸준히 발전했고, 지난해 4월에는 403초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단순 시간상으로는 세계 최장기록이다. 그러나 이를 KSTAR의 48초와 비교하긴 어렵다. 중국 EAST 데이터 분석 결과, 유지 온도가 약 5000만∼6000만도 선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KSTAR가 48초간 유지한 1억도는 핵융합 반응을 만들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분류되는 온도다. 중국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유지시간을 길게 가지고 온도를 조금씩 높이는 반면, 한국은 1억도까지 온도를 높여놓고 유지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KSTAR가 2026년 목표로 세운 300초는 1년 내내 플라스마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렇듯 핵융합 발전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7개국이 참여 중인 ‘ITER’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ITER 사업은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실증하기 위해 7개국이 모여 핵융합실험로를 공동으로 제작하는 국제 과학기술 협력 프로젝트다. 현재 미국·러시아·중국·인도·유럽연합(EU)·한국·일본 7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카다라슈’ 지역에 건설 중이다. 현재 공정률이 70%를 넘어선 상황으로, 2030년대 후반 중수소-삼중수소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얻은 결과는 참여한 7개국이 활용할 수 있다.

대체로 과학계에선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2050년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2040년대 핵융합 실증로 건설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고, 미국 역시 204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은 2050년대 전력생산 실증을 목표로 중장기 목표를 수립·추진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21년 제4차 핵융합에너지개발 진흥기본계획을 바탕으로 2050년대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을 목표로 수립했다. 이에 따라 노심 플라스마 기술, 가열 및 전류구동 기술, 초전도자석 기술, 증식 블랑켓 기술, 디버터 기술 등 8대 핵심기술을 선정해 해당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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