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타자 박효준, 개막전 로스터 합류 불발…왜 옵트아웃 권리를 쓰지 않았을까

이상희 기자 2024. 3. 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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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가운데)이 올 스프링캠프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예상이 현실이 됐다. 뜨거운 스프링캠프를 보낸 박효준(28. 오클랜드)이 '신분' 차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MHN스포츠의 예상이 하루 만에 적중했다.

미국 NBC스포츠 샌프란시스코는 27일(한국시간) "박효준이 오클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되는 것을 통보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박효준이 비록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지만 오클랜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부상자가 생기면 제일 먼저 대체자로 투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효준은 27일 현재 올 스프링캠프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488, 1홈런 9타점 2도루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1.163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를 포함한 다수의 미국현지 언론이 그의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대해 언급했지만 현실이 되진 못했다.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박효준의 불안한 그림자는 하루 전인 26일 오클랜드가 그의 경쟁자였던 대럴 허네이즈(23)를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오클랜드 내야 유망주 대럴 허네이즈)

지난해 시즌 중순 볼티모어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에 합류한 허네이즈는 올 스프링캠프에서 타율 0.306, 6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OPS는 0.660에 그쳤다. 그럼에도 오클랜드의 선택은 박효준이 아닌 나이가 어린 팀내 유망주 허네이즈였다.

오클랜드 개막일 기준 만 22세 238일이 되는 허네이즈는 2010년 이후 오클랜드 개막전 로스터에 승선한 가장 어린 선수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전 기록은 투수 브렛 앤더슨(36. 밀워키)가 가지고 있던 22세 63일이었다.

허네이즈의 개막전 로스터 승선으로 인해 박효준은 결국 팀 내 유틸리티맨 한 자리를 놓고 아브라함 토로(28)와 경쟁하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토로는 박효준의 빅리그 출전 경험(68경기)보다 훨씬 더 많은 경력(271경기)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토로도 올 스프링캠프에서 타율 0.364, 1홈런 9타점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OPS도 0.939로 좋았다. 박효준에 비해 뒤쳐지긴 하지만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좋은 성적이다. 게다가 토로는 박효준에게 없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다는 '신분'의 차이다.

오클랜드는 언제든지 토로를 메이저리그에 콜업할 수 있다. 40인 명단에 포함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효준은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초청선수(Non-Roster Invitee) 신분이다. 때문에 오클랜드가 박효준을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시키려면 40인 로스터 가운데 한 명을 방출하고, 그 자리에 박효준을 넣어야 한다. 박효준을 쓰기 위해서는 40인 로스터 가운데 한 명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선수층이 얇은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인 오클랜드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박효준이 왜 '옵트아웃(opt-out)'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옵트아웃은 오클랜드와의 계약을 무효화시키고 다시 FA(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박효준처럼 FA계약을 체결하는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메이저리그 콜업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주로 사용한다.

실제로 올 초 박효준처럼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한 내야수 토니 캠프(32)도 개막전 로스터 승선이 불발되자 자신의 계약조항에 있던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해 다시 FA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단 하루 뒤인 27일 볼티모어와 1년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현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박효준이 애당초 오클랜드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할 때 옵트아웃 조건을 삽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았다면 4할 타율을 기록하고도 선수에게 유리한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무려 4할 타율을 기록하고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합류하지 못한 것은 당분간 큰 화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저 좋은 성적을 가지고도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선수 측에서 분명 확인을 해봐야 한다. 선수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또 다른 계약상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오클랜드 구단 홍보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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