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13년 만에 부활한 파리 웨이터 경주 대회
쟁반을 손바닥 위에 올리 채 출발선에 선 참가자들의 얼굴에 일순 긴장이 돈다.
13년을 기다렸다. 검정 앞치마를 질끈 동여멘 웨이터들의 다리에 시동이 걸리고 이내 출발 신호가 울린다.
모두가 한 걸음이라도 앞서기 위해 엉덩이를 룩거리며 냅다 걸음을 재촉한다.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파리 웨이터 경주 대회가 지난 2012년부터 재정적인 문제로 대회를 열지못하다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4일 일요일 파리시의 지원을 받아 13년만에 대회가 다시 열렸다.
1만 5천여개에 달하는 파리의 레스토랑,비스트로,카페등에서 일하는 젊은 웨이터들뿐만 아니라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참가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대회의 준비는 비교적 간단하다.전형적인 프랑스식 아침 식사의 채비로 쟁반과 그위를 장식할 커피,크루아상 한 덩어리 그리고 물이 들어있는 물컵이면 준비 끝! 그러나 과욕에 달리기로 겨루기를 하면 당연히 실격이고 아무리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더라더 커피를 흘리거나 물을 쏟으면 이 또한 감점 처리된다.당연히 쟁반을 양손으로 들고 걷는 것은 금물이고 한손에서 다른 손으로 옮기는 것도 실격처리된다.
이렇게 무장한 참가자들은 출발선을 떠나 2Km에 달하는 거리를 중단없는 걸음으로 내처 걸어야 한다. 파리 시청을 출발하여 퐁피두 센터를 지나 파리의 옛 유대인 지역인 마레 지구의 좁은 거리를 통과한 후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결승선에는 심사위원들이 쟁반을 검사하여 쟁반의 구성이 얼마나 온전한 지를 확인하여 우승자를 가려냈다.
13년만에 열린 이날 대회에는 200여명의 서빙의 달인들이 참가하여 보다 빠른 서비스를 위한 진심과 흐트러짐 없는 웨이터 모습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남녀 우승자는 각각 13분 30초와 14분 12초의 기록으로 가장 빠른 서버라는 영광의 메달과 함께 파리 고급 호텔에서의 하룻밤 숙박권과 7월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 입장권이 주어졌다.
역사적으로 웨이터들은 흰색 재킷,검은색 나비넥타이에 정장 구두 등 고전적인 복장을 입고 경쟁했지만 이번 참가자들은 전통 앞치마와 흰색 셔츠를 입는 복장 규정이 있었으나 운동화등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으로 대회에 나섰다.
이 대회는 1914년에 카페 거리 홍보와 웨이터의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 “la course de garçons de cafe(카페 웨이터 경주) “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되었으며 당시에는 참가자들이 거의 남성이었다.참가한 웨이터들은 병이 담긴 쟁반 과 잔 3개를 들고 8km를 이동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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