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김준우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할 진보정당 필요”[인터뷰]

이유진·신주영 기자 2024. 3. 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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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간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우리가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정의당이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중앙정치에 소환됐다. 변호사 출신으로 녹색정의당 비례 순번 6번에 배정된 그는 “지난 4년간 정의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건 맞지만 거대 양당이 진영논리에 빠져 퇴행할 때 이를 막는 역할도 수행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조국혁신당에 대해선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구도에 있어선 동의하지만 검찰개혁이 0순위의 가치인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할 진보정당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녹색정의당에게 이번 총선은 당의 존폐를 결정 지을 중요한 선거다. 지지율 추이는 녹록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녹색정의당의 정당 지지도는 1.8%, 비례대표 후보 지지율은 3.1%로 나타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목표 의석과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에 투표한 270만표를 돌아오게 하는 게 목표다. 이들 상당수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투표를 하겠다’라고 하는 잠정 지지층으로 돌아섰다. 진보정당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카드로 비례명단을 작성했다. 노동, 농민, 기후 전문가, 청년, 여성, 장애인, 법조인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포진했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15일 22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 보고대회를 열어 확정된 31명의 총선 출마 후보를 발표했다. 녹색정의당 제공

-그들이 왜 22대 국회에 입성해야 하는가.

“단적인 예로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정권심판 ‘뷔페론’을 주장하는데, 뷔페엔 단백질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녹색정의당은 비타민과 같은 필수재로 비유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을 비판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당론인 정당에 투표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추진 기조를 반대하면서 생태 파괴적 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민주당에 표를 줄 수 없다는 기후시민도 있다. 거대 양당 지지하지 않겠다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도 선택지가 필요하다. 정부 심판엔 동의하지만, 경제·민생·기후·노동 등 사회 위기에 있어 검찰개혁이 0순위 가치인가 하면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기 국면에서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왜 실리적 선택을 하지 않냐는 지적에 가깝다고 본다. 민주당이 하지 못하는 ‘마라맛’ 정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린 것이다. 정권 심판론의 강도나 공격성에 가치를 두는 유권자가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정의당은 수사학이 아닌 정책 내용의 급진성으로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당이다. 정권 심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지만, 쌍특검법을 이은주·강은미 두 의원이 발의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 25일 내놓은 저출생 정책에서 주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이 주요하게 언급됐다.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푸는 키워드다. 주4일제라고 표현했지만, 업종에 따라서 주5일도 보장받지 못하는 계층이 있다. ‘시간 주권’을 되찾아야 저출생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생활 동반자가 될 경우 먼저 10년 동안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면한 저출생 문제는 구조적 저출생, 강요된 저출생이다. 결혼하거나 생활동반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 생각했다. 결혼만을 조건으로 하는 것도 차별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세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 정책은 안이한 인식에서 나온 정책이다. 고소득층만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걸 꿈꾸는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부자에게 혜택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약속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발의했던 법안이다. 근로기준법에 포함되지 않는 플랫폼·프리랜서·자영업자·특수고용 노동자 등 사각지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생각이고, 그렇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제1과제로 ‘기후 국회’를 강조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도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데 차별점은 무엇인가.

“진정성이다. 2021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의결 당시 정의당만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문재인 정부가 탈석탄 정책에 미진한 태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말로만 기후위기를 얘기하고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이었는가를 묻고 싶다.”

-총선 이후 정의당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권의 역사적 퇴행을 막고 다음 세대로 이행할 촉진자 역할을 하는, 작지만 강한 진보 정당이 되는 것이다.”

-정치인 김준우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 4개월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를 오갔다고 자평한다. 전국을 돌며 여전히 당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선이 있다는 걸 느꼈다. 이번 총선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갖고 이 기회를 잘 살려내는 게 최우선 목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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