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을 강남처럼”…상업시설 대폭 늘린다
노후 아파트 단지 안전 진단 없애 재건축 사업기간 단축
서울 전역서 일제히 규제 완화…강북 차별성은 ‘미지수’
서울 강북지역의 대규모 유휴부지는 개발사업자가 토지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다. 상업지역 총량제를 폐지해 강남 수준으로 상업시설을 늘린다. 노후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들어가 사업 속도를 단축한다.
서울시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일자리 중심 경제도시 강북’ 구상을 발표했다. 서울 면적의 40%, 인구의 43%(448만명)가 거주하는 한강 북쪽의 도시 경쟁력을 강남 수준만큼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우선 서울시는 강북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업지역 총량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주거·녹지 등과 구분해 업무·상업 기능을 하는 구역으로 2030년까지 지역별 지정 가능한 상한선이 있다.
현재 서울 면적의 4.2%(25.57㎢)인 상업지역은 강북에 519.3만㎡ 정도로 도심(814.8만㎡)이나 동남권(1242.9만㎡)보다 적다. 기업을 유치하거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면 강북에는 총량과 관계없이 상업시설 허용 면적을 지금의 2~3배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30년 넘은 아파트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한다. 재건축 기준이 되는 노후도(전체 건축물의 67%→60%)를 완화하고 폭 6m 미만 소방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저층주거지도 재개발 대상에 포함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286만㎡인 개발 가능 주거지가 800만㎡로 3배 가까이 넓어진다. 특히 이들 아파트는 용적률을 360%까지 올리고 지하철역에서 350m 이내 역세권은 준주거로 상향해 공공기여량을 15%에서 10%로 줄여 사업성을 높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계획 입안 절차와 자문을 통해 신통기획보다 사업기간을 1년가량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의 대규모 유휴부지는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를 도입해 규제 없는 개발을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의 도시계획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통해 사업시행자가 원하는 용도와 규모로 토지개발을 허용하는 제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이같이 건립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방문했고 “인구 밀도가 높고 토지 이용이 제한적인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봉구의 창동차량기지와 NH농협 부지, 중랑구 신내차량기지 일대,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마포구 상암DMC 등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50년간 도시 발전에서 소외된 강북이 도시 경쟁력을 견인하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규격화된 용도 지역을 풀고, 다양한 건축 가능성을 열어 민간 개발을 유도하려는 것이지만, 강남과 다른 강북의 차별성을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서울 전역에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전제로 한 비슷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남권 준공업지역도 기업 유치를 위해 상업지역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운지구를 비롯한 도심권은 녹지 확보를 전제로 고밀 개발을, 용산정비창에 추진 중인 국제업무지구 역시 입지규제를 최소화해 복합기능의 고밀도 개발로 기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강남 등 주요 상권은 골목길 상업지역 용적률을 최고 1100%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승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창동·상계는 바이오(Bio)와 정보통신기술(ICT), 상암은 미디어 등 일자리 분야를 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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